[문학마당]물의 집 / 시 - 고영숙

2021년 03월 15일(월) 19:02

흐르는 출구마다 목마름 헹구며
젖줄처럼 먹어왔던 냉수와 온수
피고 지는 꽃들과 어우러져
비움과 채움으로 가득했던 사랑
대문 여닫던 소란들이 참새처럼 떠나고
계절을 뒤로한 나는 고샅길 향해 서 있다
나잇살 두른 혈관들이 파열음 내고부터
짓누르던 입자들 돌리고 있는 수납금
계량기는 밤 낮 없이 울어댔지
나는 링거줄 같은 너를 붙잡고
바늘귀만큼의 숨소리 따라 파내고 또 파내서
옹달샘처럼 뿜어낸 심장의 판막을 보았어
흥건히 젖은 너는 바다에 닿고 싶은
심중을 넋두리로 말했지
늘 새로운 길 찾아 떠나는 유랑의 벽
너의 헤진 위장이 오도독 소릴 낼 때마다
허공가득 흔들리는 침묵

<고영숙 약력>
▲‘대한문학’에 시, 수필로 등단
▲시· 수필집 ‘한가한 날의 독백’
▲광주문협, 한국문인협회 곡성지부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