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13)봉선1동 노들행복안전문화협동조합 노인부터 아이들까지 ‘안전 지키기’ 어깨동무 교통·치안 등 각종 안전문제 현실화 주민 공감대 비전센터 소통공간 활용…분쟁·갈등 예방 큰 역할 매년 5월 안전체험박람회 실시…나눔·봉사활동도 김다이 기자

2021년 03월 29일(월) 19:51

봉선1동 주민들은 마을소통방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분쟁·갈등 문제를 해소하는데 앞장서는 등 주민안전을 위한 안전체험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위로부터 안전체험박람회에서 소방대원과 안전체험활동, 지난 2019년 안전체험박람회 개막식, 소통방에서 실시하는 안전교육, 봉선1동 치안순찰대 활동 모습.

최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조성되면서 그 시절 옛 정취를 찾아볼 수 있는 동네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골목골목을 휘젓고 다니면서 이웃들과 인사를 건네고 음식을 나눠먹던 정겨운 시절은 오래된 추억에서 꺼내볼 수 있는 모습이 됐다.

속이 시원해지는 마을, 뜻이 하나가 되는 마을, 정이 깊어져 가는 마을이 있다. 작은 동네 조봉리와 이선리에서 이름을 따오면서 봉선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봉선1동이다. 이곳은 ‘구렁진 들에 위치한 마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마을 안전문제 노출에 주민 스스로 해결 나서

1980년대 택지조성사업으로 마을이 개발되면서 아파트와 주택단지의 비율이 절반씩 차지하는 주거단지로 가장 넓은 도로는 왕복 2차선 도로가 전부다.

봉선시장과 인근 학교를 아우르고 있는 오밀조밀한 마을동네에서 노인부터 아이들까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스스로 나섰다.

40년 전 개발된 봉선1동은 교통량과 통행량은 늘어났지만 인도와 차도가 협소하고, 밀집 주택지역의 어두운 골목길로 인해 항상 안전문제에 노출돼 있었다.

이러한 안전문제에 심각성을 느낀 주민들은 스스로 마을 안전을 위해 마을활동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노인과 아이들의 줄임말 ‘노들’이 행복한 살고 싶은 봉선1동을 만들기 위한 신념하나로 소통, 연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마을 자생단체의 소통·연대·나눔

봉선1동 주민들은 2014년 안심마을 시범사업을 실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노들행복안전문화협동조합’을 꾸려 마을 자생단체장들과 연합해 안심마을비전추진위원회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사업을 하면서 언제든지 자유롭게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을학교 학습장과 생활 안전 체험학습장, 강의 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공유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마을비전추진센터를 개소했다.

이곳은 마을 관내 자생단체인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통장협의회, 방위협의회 등 치안순찰대, 자원봉사 캠프와 공유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비전센터의 자리를 마련하는데 필요한 3천여만원의 보증금을 흔쾌히 보탰던 이정희 봉선1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의 역할도 컸다.

이후 주민들을 위한 마을의 소통공간 비전센터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임대료와 공과금, 운영 경비를 마을협동조합의 수익사업과 주민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하면서 자립형 센터로 평가도 받고 있다.

비전센터 바로 옆에 자리한 ‘소통방’은 주민교육, 안전교육, 때로는 주민들을 위한 영화상영 공간으로 활용하고, 마을 내에서 일어나는 분쟁 및 갈등예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분쟁이 발생했을 시 중재 상담실로 활용되면서 공동체 회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민 간에 발생한 갈등은 악화되지 않도록 본인 일처럼 나서면서 중재를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봉선1동은 개발한지 오래돼 어르신들의 거주 비율도 17% 정도 된다. 남구 대촌동과 인근 농촌 지역을 빼고 도심에서 노인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마을 내 근린공원은 다섯 개소 정도 되다보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지내는 냉방시설을 갖춘 무더위 쉼터가 없어 소통방이 활용되기도 한다.

노들마을 주민들은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해 1인 가구 실태조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해 가스 안전기, 소화기, 약품상자, 샤워기 등 가정에서 꼭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약품상자는 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 중 하나로 어르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눔 물품이다.

주민들의 자체적인 활동은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꽤나 규모가 큰 행사까지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안전체험박람회 통해 안전 중요성·인식 확대

봉선1동만의 자랑거리는 매년 5월 실시하는 안전체험박람회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가 나기 전에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안전체험박람회를 보고 봉선1동에서도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

봉선1동 마을 안전체험박람회는 봉선공원에 부스를 마련해 남구소방서, 승강기협회, 산업안전공단 등 각 기관들이 참여하는 인기있는 행사다. 관내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과 협의해 학교에서 학년별로 체험박람회를 참여하고 있다.

비록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는 못했지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로 구성된 안심마을 봉사단과 함께 독거어르신을 방문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단순히 안부나 방문정도가 아니라 현장에서 어르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반찬거리와 김장김치 나눠주기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저녁시간에는 마을 순찰대가 마을의 치안과 안전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어도 정이 들어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마을커뮤니티를 위해 스스로 활동에 나선 봉선1동 주민들이 바로 오늘도 거리로 나서는 이유다.

봉선1동 주민들은 관내 혼자살고 있는 독거어르신을 위해 밑반찬을 준비해 방문하는 등 생활에 필요한 나눔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인터뷰] 이정희 봉선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우리 마을 안전은 우리가 책임져요”

“노들 마을의 안전·치안은 주민들과 함께 지켜요!”

2000년부터 새마을부녀회 활동을 하면서 마을 활동을 시작한 이정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그렇게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꾸준하게 마을의 일에 열정을 쏟아 왔다.

이 위원장은 “봉선1동으로 이사 오면서 당시 나이 드신 통장님이 영수증을 건네주는데 글이 잘 보이지 않아 읽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읽어 드리며 마을활동을 하게 됐다”며 “당시 반장제도가 있어서 부녀회로 입문해 시작했다”고 말한다.

수시로 마을 사람들과 담화를 나누고 모임을 이어온 이 위원장은 “2013년에는 주민자치위원장에 도전해 추대형식으로 위원장을 맡게 됐었다”며 “2014년부터는 주민자치시범 안심마을 운영을 시작하게 되면서 4년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노들행복안전문화협동조합, 안심마을비전추진위원회와 함께 마을의 안전을 지켜오면서 2017년부터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을 맡게 됐다.

마을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민자치위원장을 지내면서 안심마을을 위해 도로도보면 안전표지판 중앙에 안심마을 로고가 찍혀있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한다.

이 위원장은 “광주시의 마을복지 공동체마을 공모사업에 도전해 4년간 마을사업을 운영하면서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도 최우수상을 받는 성과를 냈다”며 “4년 연속 최고의 수상을 받아 뿌듯하다”고 말한다.

그는 봉선1동의 마을 소통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마을비전추진센터를 꾸릴 때 흔쾌히 3천여만원의 보증금을 보태는 애정을 쏟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주민들이 수시로 와서 소통하는 만남의 장소로 활동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게 돼서 보람차다”며 “마을 자체적으로 안심체험박람회를 하고, 마을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려는 모습에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부터 한 번도 안 빠지고 마을의 안전과 치안을 지키는 치안순찰대가 저녁시간 마을을 돌면서 위험한 곳, 도로가 파인 곳을 찾아 함께 처리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위험하기 전에 안전을 미리 지키는 활동으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