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영원한 불안 / 최형천
2021년 04월 04일(일) 18:46
최형천 ㈜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의 주민들과 자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원전에 대한 지역의 여론은 크게 갈려 있었다. 기성세대는 그래도 원전이 들어와 많은 지원도 받고 개발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궁벽한 바닷가 시골이 원전건설로 다른 시군보다 여유롭게 재정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원전 관련 일거리나 일자리가 새로 생겨 덕을 본 지역민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층은 생각을 달리 한다. 대부분의 지역민이 농업과 수산업에 종사하는데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의 안전문제가 언제 대두될지 걱정스럽고, 솔직히 거주민들의 안전문제도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불안을 미래 세대에게까지 물려주어서는 안 되며, 혹시 잘못되면 앞선 세대가 죄를 짓는 것이라면서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원전문제는 원전 소재 지역뿐만 아니라 국민의 여론도 갈려 있다. 최근 빌 게이츠의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란 책이 출간되면서 다시금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빌 게이츠는 기후 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화하는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원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 내용을 원전 찬성론자들은 빌 게이츠가 지금의 원전 확대를 주장하는 것처럼 왜곡해서 보도하거나 찬성의 근거로 이용하면서 발단이 되었다.

빌 게이츠가 주장하는 원전은 그가 설립한 ‘테라파워’란 회사가 개발 중인 차세대 기술을 이용한 원전이다. 독창적인 기술로 완전히 자동화 되어 가동하며, 지하에 지어 외부공격으로부터 자유롭고, 아주 적은 양의 폐기물을 배출하는 근본적으로 지금의 원전과는 전혀 다른 신기술을 장착한 소형의 원전을 말하는 것이다. 기존의 위험한 원자력 발전방식은 중단하고 안전한 원전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 기술은 아직 연구단계에 있으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이해와 수용이 전제되어야한다고 그는 말한다. 다시 정리하면 빌 게이츠는 현존하는 원전을 결코 찬성한 적이 없다.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를 되돌아보자. 천명 이상의 주민이 죽고, 수많은 사람이 고향에서 쫓겨나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과 인근해양에서 나는 농수산물은 오염도가 심각해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또한 피해규모는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며, 현재 진형 중인 방제는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최근 일본정부는 후쿠시마원전의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예고하였다. 지금까지는 세금으로 부담하였지만 천문학적인 방재비용이 부담스러워 아예 포기해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원전사고는 개인은 물론 국가도 감당할 수 없는 대재해이다.

현존하는 원전시설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원전을 이용한 발전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또 끊임없이 자기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현재의 원전이 우리와 미래세대의 안전을 확실히 담보하는지를 엄정하게 검토한 결과를 공표해달라는 것이다. 다만 안전성에 대하여 원자력 발전 전문가에게 묻는 것은 담배제조회사 사장에게 담배의 해악을 묻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소모적인 말장난으로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는 짧은 생각이 원전지역 주민은 물론 국민 모두의 삶 전체를 영원한 불안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이런 수단이 궁극적으로 사회에 유익한지 아닌지를 개인이나 기업이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되고 있다. 현재의 원전은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외부효과)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감춰진 부담과 위험은 사회화 되어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하여야 한다. 국가의 대국적 결단이 필요한 이유이다.

원전과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나 새로운 원전기술의 개발은 지구를 살리면서 사업의 기회가 될 수 있으므로 긴 호흡으로 판단하길 바란다. 시민인 나는 지금보다 좀 많은 전기이용료를 부담하더라도 안전한 삶을 선택하고 싶다. 그리고 더 오래 이 땅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의 의견에 동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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