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산불, 나무의 헌신을 저버리는 일 / 강상구

2021년 04월 12일(월) 19:44

강상구 해남군 부군수

매일 새벽, 동백터널 속을 걷는다. 동백나무와 우정이 쌓이니 숲은 몰래 미암 유희춘 선생 부부의 담담한 사랑을 전해준다. 코로나19 여파로 사람간 거리는 멀어지고 마스크로 얼굴을 모두 가린 답답한 일상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내 하루가 시작되는 동백 숲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신선하고 쾌적하다. 숲은 나에게 항상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고 새 날을 시작하는 기분 좋은 설렘을 준다. 이 뿐인가. 야생동물을 품어주며 소중한 역사 문화적 가치를 간직하는 곳, 가장 온전한 생명 공간이 바로 숲이라 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국민 1인당 연간 428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소중한 숲이 한순간의 산불로 사라진다는 것은 정말 무섭고 불행한 일이다.

‘아카시아 꽃이 피면 산불이 나지 않는다’라는 옛 말이 있다. 나무가 물을 머금어 녹음이 짙어진 후에는 산불이 잘 나지 않고, 혹 나더라도 크게 번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생긴 말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녹음이 짙어진 7-8월에도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순식간에 일어난 단 한 번의 산불이 지나간 자리를 다시 푸른 잎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해 총 620건의 산불이 발생해 2천920㏊의 산림이 손실됐다. 매일 1.6건의 산불로 축구장 11개 면적을 날려버린 셈이다.

전체 면적의 43.3%가 산림인 해남군은 올해를 ‘예방이 가능한 소각 산불 제로화’ 원년으로 선포하고 14개 읍·면 515개 마을이 빠짐없이 소각 산불 없는 녹색마을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또 47명으로 구성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의 적극적인 예방 활동과 논밭두렁, 농산 폐기물 소각 금지 군민의식 선진화 운동, 유관기관과의 유기적 협조 체계 구축 등 산불 발생 원천적 차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미래 자산, 산림을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서는 각별한 관심으로 산림 연접지 소각행위 금지 등 생활 참여형 산불 예방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숲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라는 노래를 가만히 읊조리며 사람의 ‘숨과 쉼’을 위해 너른 품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숲, 우리의 숲이 산불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