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두근거리는 문학도시 광주! / 탁인석
2021년 04월 13일(화) 19:57
탁인석 광주시 문인협회장
가슴 두근거리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첫사랑이 유독 안 잊히는 건 최초의 지점에서의 가슴 두근거림 때문일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두근거림이 없다면 그것은 맹탕 사랑이다. 문학도 문학다울 때는 가슴 두근거림이 전제된다. 감수성이 큰 10대 후반쯤의 독서는 조건 없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 주인공이 하는 일에 자신도 하나가 되어 주인공이 술을 마시면 술을 마셨고 주인공이 비를 맞고 방황을 하면 또한 비를 맞고 거닐던 일들 말이다.

광주는 감동적인 ‘문학도시’가 가능한 도시이다. 그럼에도 그 어디에도 그만한 볼거리를 담아내지 못했다. 광주문인협회는 전남과 광주가 행정 분리 되면서 광주만으로 결성된 단체다. 광주가 보통시였을 때 전남문협을 맡았던 분들은 백완기, 허연, 정소파, 범대순, 문도채, 이명한, 구창환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두근대는 작가들이다. 1987년 이후는 광주가 직할시로 편입되면서 1대에 송선영, 손광은에서 오명규, 김수봉, 전원범, 김종, 박형철, 함수남, 오덕렬, 노창수, 강만, 임원식 등으로 이어져 왔다. 여기서 아쉬운 것은 이분들의 세월에 광주를 문학도시로 만들지 못한 아쉬움이다. 세월로 치면 몇 번이고 만들었을 문학도시 광주는 그럼에도 진척이 없었다. 이를 어찌 문협회장들의 역량부족으로 돌리겠는가.

‘광주문학’ 2020년 겨울호에 필자가 ‘광주문학관’ 추진사를 일괄 정리한 바 있다. 대다수 문인들이 각화대로에 현하 추진하고 있는 문학관터를 두고 기대치를 아예 접어버리고 말았다. 광주문협 5-6대 회장을 지낸 김종 시인은 ‘문학의 해’를 맞은 1996년에 광주시와 충효동 광주호 상류에다 10만평 부지를 확보하고 광주문학의 복합공간을 계획하였다. 그리고 문학관은 물론 문인회관, 육필전시관, 세미나실, 자료관, 창작공방, 시비와 문인기념물, 문인촌, 문인기념묘지 등을 아우르는 대대적인 역사에 돌입하고 용역까지 마쳤었다.

그때의 구상은 문학관만도 ‘근·현대문학관’에다 가사문학과 시조를 연계한 ‘중세문학관’, 무등산가와 민요를 아우르는 ‘고대문학관’ 등을 통해 광주의 문학 관광화를 야심차게 추진했건만 시의회의 의결과정에서 수면 아래로 내려앉고 말았다. 당시 계획이 결실되었더라면 문학도시 광주가 참으로 덩실했을 것이다. 이후 2000년엔 ‘한국가사문학관’이 담양에 들어서고 행정명도 ‘담양군 남면’을 ‘가사문학면’으로 개정했다. 그런가 하면 광주 출신 용아 박용철 시인이 주도한 ‘시문학파기념관’을 강진에 넘겨주는 수모를 겪었다. 남들은 미역짐 지고 장에 가는데 우리는 두엄짐 지고도 장에를 못 갔던 것이다. 어떻게 광주에 있어야할 볼거리들을 타 지역에 넘겨주어야 했단 말인가.

혹자는 말할지 모른다. 셰익스피어나 헤밍웨이나 푸쉬킨이 문학관이 좋아서 세계적 문호가 되었느냐고. 문학관 없이도 얼마든지 글은 쓴다고.

얼마전 이용섭 광주시장께서 문협을 비롯한 예술단체를 방문하고 건의사항을 경청했다. 필자는 이전에도 공개적으로 ‘문학관’은 이왕 늦었으니 굳이 시장님의 임기 내로 한정하시지 말고 문인들 모두가 공감하는 적지를 선정한 다음 건립하는 것이 좋겠다했고 세 가지의 건의를 더 보탰다.

첫째는 광주에는 시민과 함께 하는 문학축제가 없다. 가까운 목포시도 15억원을 들여 3일간의 목포문학축제를 준비하고 있고 장흥의 천관산 문학축제도 꽤나 알려진 상태이다. 순천문화재단의 ‘전국생활문학축제’나 벌교 꼬막문학축제 같은 것도 눈여겨볼만한 지역축제이다. 그래서 광주의 문학축제를 제안하면서 문학관은 내부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장소의 중요성을 넘어설 수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두 번째는 국제펜 광주위원회(이사장 박신영)가 2022년 광주에 ‘세계한글작가대회’ 유치를 추진 중이다. 한글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고 광주가 AI도시이기에 더더욱 의미가 크다. ‘영원한 제국’을 쓴 천재소설가 이인화의 말을 빌면 한글은 인공지능의 소리를 완벽하게 표기하는 세계 유일의 문자라는 것이다. 세계언어학자들이 감탄에 감탄을 거듭한 한글의 문자적 탁월성은 빠르고 정확하며 후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놀라운 재화수단이라는 것이다. 광주가 한글대회와 인공지능 기능을 묶어 미래의 먹거리를 확보할 절호의 찬스인 것이다.

셋째로 시(詩)가 일상이 되는 도시 광주를 제안했다. 여기에는 시를 읽고 읊조리는 시민 모두에게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시판이 제공됐으면 한다. 요컨대 동사무소나 학교, 아파트, 산책길 등 눈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시판을 설치해 광주에 가면 어디서든 시를 쉽게 감상하는 문학도시가 되도록 하자고 역설했다. 그리되면 그 누구든 광주를 연상하면 언제든 문학도시가 떠오르고 그래서 시 한편의 감동을 읽기 위해 광주를 향해 운전대에 오르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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