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속도가 낮아지면 광주의 안전은 올라갑니다 / 박남언

2021년 04월 18일(일) 18:32

박남언 광주시 교통건설국장

교통정책의 영원한 과제는 ‘소통과 안전’의 조화이다. 즉 빠르고 안전하게 시민의 이동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교통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교통정책의 요체이다. 차량의 주행속도가 올라가면 소통은 원활하지만 사고위험이 커지고 속도를 낮추면 사고위험은 줄어들지만 소통효율도 저하되는 특성이 있다. 대체로 성장위주시대에는 경제활동 주체들의 원활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빠른 소통이 중시됐다.

그러나 경제수준이 향상되면서 최근에는 소통보다는 보행자 안전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2010년을 전후로 보행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보행안전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80% 이상은 보행관련 사고다. 인구 10만명당 보행자 사망자수는 OECD 국가에 비해 여전히 3배 가량 높은게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매년 11월11일을 ‘보행자의 날’로 지정 및 운영하고 있으며,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이 2012년 제정되기도 했다.

이런 요구를 반영해 도심 내 주행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이 국가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2016년 민관합동 ‘안전속도 5030 협의회’를 구성해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라는 안전표어 아래 도시부 제한속도 하향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19년 4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서울, 부산, 인천 등에서 시범운영기간을 거쳐 2021년 4월17일부터는 전국적으로 도시부의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어린이보호구역 등 보행자의 안전이 중요한 도로는 30㎞로 하향하는 정책이 본격 시행되고 있다.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도심 주행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교통사고 감소효과와 통행시간 증가 우려 등의 문제제기도 있었다. 그러나 2017년부터 1년간 부산 영도구에서 시범운영을 실시한 결과 과거 5년 대비 전체 교통사고 사망사고는 24% 감소했고 보행자 사망사고는 무려 37.5%나 줄어들었다.

그리고 2018년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는 10개 광역시·도 27개 노선을 대상으로 50㎞ 거리에서 주행실증조사를 실시했는데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낮출 경우 통행시간 증가는 2분정도에 불과했다. 그만큼 도심부 도로는 제한속도로 달릴 수 있는 구간이 많지 않고 교차로가 많기 때문에 신호대기시간으로 인해 제한속도가 감소하여도 전체 통행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1990년대부터 도심 통행속도를 시속 50㎞ 이내로 제한한 덴마크, 독일, 헝가리 등 유럽의 교통선진국에서도 12-24%의 교통사고 감소효과가 확인됐다. 이러한 효과에 따라 노르웨이 오슬로, 핀란드 헬싱키 등 일부 도시에서는 2020년 이미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40㎞로 하향했고 현재 영국, 스웨덴, 호주 등에서는 도심내 제한속도 시속 40㎞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시도 정부방침에 맞춰 지난 17일부터 ‘안전속도 5030’을 본격 시행한다. 2년의 준비 및 유예기간 동안 시행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운전자의 혼선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해 왔다.

먼저 광주시의 총 도로연장 1천866㎞중 ‘5030 안전속도’ 제한이 적용되는 79%에 해당하는 1천466㎞(50㎞ 조정 349㎞, 30㎞ 조정 1천117㎞) 구간에 대해 작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교통안전표지, 노면표시 등 교통안전시설을 하향속도에 맞춰 정비했다.

다만 고속도로, 자동차전용도로, 주요 간선도로 등 소통기능이 중시되는 도로는 현행과 같이 시속 60-100㎞ 제한속도가 적용된다. 앞으로 ‘5030 안전속도’ 관리 구역에는 필요시 무인과속단속 장비를 지속 확충할 계획이다. 또한 5030 제한속도 위반차량에 대한 단속과 과태료 등이 부과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이용하는 시민들이 이해하고 협조하지 않으면 정책효과가 달성될 수 없다. 따라서 광주시는 광주지방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등과 함께 주요교차로 100개소에 5030 시행을 알리는 현수막을 게첨하고 도시철도 2호선 건설현장 철제 울타리에도 5030 정책을 홍보할 계획이다. 관내 대형전광판 3개소와 35개의 교통안내 전광표지판도 활용한다. 이달말에는 국토부,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에서 제작중인 공익 홍보영상도 지상파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광주시에서는 원활한 소통과 보행자 안전의 두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통소통 효율을 높이기 위한 도로 확충, 신호체계 연동화, 시내버스 노선체계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광주시의 정책으로 소통효율은 개선될 수 있지만 교통안전만큼은 시민의 협조 없이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이에 따라 금년들어 광주시는 보행자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행자는 움직이는 빨간 신호등입니다’라는 대표 슬로건을 내걸고 보행자 배려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시민여러분께서는 ‘안전속도 5030’ 속도준수를 비롯, 배려운전과 준법운전의 생활화를 통해 ‘소통’과 ‘안전’이 조화된 선진교통공동체 광주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