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미숙한 행정’ 동시다발…‘혁신’ 아직 멀었다 민간공원·평동개발, 고층아파트 등 논란…사업좌초 위기 관계당국·사업자 줄다리기 협상, 시민단체 성명전 가세 “갈등 장기화 땐 모두 피해…공직사회 쇄신 계기 삼아야” 정진탄 기자

2021년 04월 18일(일) 20:02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벌어놓은 광주시 공직사회의 좋은 이미지가 다시 깎이고 있다. 시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애쓴 광주시 방역 당국과 공무원의 노고가 이권이 첨예한 개발 사업에서 동시에 터지는 미숙한 행정으로 빛이 바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민간공원 특례사업과 평동 준공업지역 개발, 호남대 쌍촌캠퍼스 부지 아파트 건립에서부터 15년 전인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사업 등에 이르기까지 광주지역 거대 도시개발과 사업이 추진되는 곳곳에서 각종 민원과 법적다툼이 지속하는 가운데 이해 당사자를 넘어 시민들이 극심한 피로감과 혼란에 빠져 있다.

자칫 이런 대형사업들이 좌초되거나 기약 없이 지연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행정기관은 물론 지역사회의 역량 결집이 시급히 요구된다.

그간 이용섭 광주시장이 확대간부회의 등에서 행정의 혁신과 공정성, 투명성을 강조했지만 실무진에선 아직 이를 체득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 시장 또한 행정을 이끄는 수장이란 점에서 이 같은 비판으로부터 벗어나긴 힘들다는 반응도 있다.

광주시 한 간부 공무원은 “공직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하지만 공직사회도 여느 조직과 다를 바 없는 측면이 있지 않겠는가”라며 “다소 기강이 느슨해질 수 있고, 그런 부류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하위직 한 공무원은 “공직사회의 혁신과 쇄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차기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 시장의 행정편의주의 타파 등의 발언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하위직 공무원의 언급에는 공직사회를 향한 이 시장의 질책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온, 대시민 여론조성용의 성격도 있을 것이란 추측이 깔려 있다.

이 시장은 일주일 전 시 간부들에게 “일부 직원들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며 행정편의 위주로 일을 처리하거나 원칙 준수에 소홀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동안 누누이 혁신을 강조해 왔음에도 일부에서 여전히 잘못된 관행을 계속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토로했다.

이 시장의 행정편의주의 등 질책은 민간공원 특례사업 가운데 핵심 대상인 중앙공원 1지구 개발, 평동 준공업지역 개발 등과 직접 관계된다.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은 고분양가 논란과 사업자 간 내분으로 원점에서 재협상되고 있는 데, 이 과정에서 시가 사업 지연의 책임을 사업자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평동 준공업지역 개발과 관련해서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의회에선 시 측에 특정감사를 요구하고 있고, 관철되지 않으면 행정조사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게다가 이 시장이 앞으로 아파트 30층 이상 건립을 불허하겠다고 천명하면서 호남대 쌍촌캠퍼스 부지 아파트 사업이 제동이 걸린 상태다. 당초 예정된 34층 건축이 어렵게 되면서 사업자와 시 당국 간 줄다리기 협상이 진행 중인데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고층 아파트 규제에 대한 행정적, 제도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이 시장의 언급으로 결국 사업자와 이해가 충돌하게 돼 ‘엇박자 행정’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는 부랴부랴 관련 규제를 마련 중이다.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의 경우 오락가락 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지 오래다. 시는 지난달 법적 공방 끝에 우선협상대상자인 서진건설 측과 사업 추진 재협상을 벌였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다시 표류하고 있다. 사업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워지면서 엄청난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의 대표적인 개발 사업들이 이처럼 꼬이거나 제자리걸음이다보니 지역사회 내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 행정 당국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비판 성명전이 잇따르고, 그러는 사이 해당 개발 사업지 토지 소유주들이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며 강력 항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행정기관의 업무가 추진된다보면 이런저런 갈등과 이해 충돌 여지는 있게 마련일 것”이라며 “그러나 요즘처럼 거대 개발사업들이 한꺼번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는 드문 것 같다. 행정의 쇄신, 공직사회의 혁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정기 전남대(사회학과) 교수는 “도시 개발이 이뤄지고 선진화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 내 갈등은 불기파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런 갈등이 장기화하면 결국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만큼 행정 당국이 중심을 잡고 지역사회의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