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 여객선 접안 "평생의 꿈 이뤘어요" ‘어촌뉴딜’ 전국 첫 준공 흑산 만재항 가보니 목포서 뱃길 5시간40분→2시간10분 단축…1일생활권 활짝 “이제야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 같아” 감격의 눈시울 임후성 기자

2021년 04월 22일(목) 19:30

22일 오후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에서 열린 어촌뉴딜사업 준공식에 참석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가운데)과 김영록 전남지사, 박우량 신안군수 등 내빈들이 준공 버튼을 누르고 있다.<전남도 제공>

“만재도에 79년간 살았지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섬과 섬, 육지를 잇는 연도교가 잇따라 개통되고 있지만 만재도 주민들은 여객선 접안이라는 ‘소박한 꿈’을 꿨고 오늘 결실을 맺었습니다.”

만재도 주민 이양식(79)씨는 수십년 간 바랐던 여객선 접안의 꿈이 이뤄진 현장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작은 섬에 살고 있어 소외의 세월을 보내왔지만 어촌뉴딜300 사업을 통해 여객선 접안이 가능한 항구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어촌뉴딜300 사업 전국 첫 준공식이 열린 22일 오후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만재항. 수십명의 주민들은 “평생 소원을 이루게 해줘 고맙다”며 밝은 표정으로 해양수산부·전남도 관계자들을 맞았다.

만재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1700년대 후 320년 만의 여객선 접안을 직접 본 주민들은 “이 곳이 만재도가 맞느냐”며 “작은 섬 주민도 소중한 국민이라는 마음을 갖게 해줘 감사드린다”고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준공식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김영록 전남지사, 박우량 신안군수, 만재도 주민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과 보고와 기념사·축사, 현장 시찰, 주민 간담회 순으로 진행됐다.

만재항은 2019년 어촌뉴딜300 공모 사업에 선정돼 접안시설 40m, 경사식 선착장 53m, 어구 보관 창고, 경관 산책길 정비 등이 추진됐다 2019 12월 착공해 15개월 만인 올해 3월 완공됐다. 총사업비는 77억3천600만원으로 이 가운데 70%를 국비 지원받았다.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촬영지로 유명세를 떨친 만재도는 흑산도에서 45㎞ 떨어진 외딴 섬이다. 만재도에는 1996년 전기가 들어 왔고 2010년에야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여객선 접안시설이 없어 바다 한가운데에서 종선(작은 배)으로 갈아탄 뒤 섬에 들어가야 하는 열악한 곳이었다. 육지에서 뱃길로 가장 먼 길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어촌뉴딜 준공으로 목포에서 만재도까지 5시간40분 걸리던 뱃길은 직항 노선을 통해 2시간10분으로 3배 가까이 단축돼 목포까지 1일생활권 길이 열렸다.

주민 김은규(68·여)씨는 “작은 섬에 살고 있어 그동안 소외받고 있다는 마음이 컸지만 이제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 같다”며 “만재항은 정부의 혜택 중 가장 큰 혜택”이라고 활짝 웃었다.

어촌뉴딜300 사업은 해양수산부가 2019년부터 내년까지 전국 300개소 어촌·어항을 선정해 낙후된 선착장 등 기반시설을 현대화하는 밀착형 생활SOC 사업이다. 전남의 경우 3년 연속 전국 최다 선정을 기록하며 전국 250개소 중 32.8%인 82개소(총사업비 7천633억원)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전남도는 어촌뉴딜 공모 마지막 해인 내년 사업에 전국 50개소 중 20개소(40%) 선정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어촌뉴딜 공모사업 종료 이후에도 어촌·어항 재생사업으로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문성혁 해수부장관은 “만재항 준공으로 어촌뉴딜 사업의 성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며 “어촌뉴딜 사업을 지속 추진, 어민들이 다양한 소득을 창출하고 편리하게 해상 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만재항 준공은 해양 영토의 하나인 만재도를 가꾸고 지켜온 주민들에 대한 보답”이라며 “그동안 소외받았던 섬 주민의 소득 증가와 복지 증진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임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