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노란 리본’을 뗄 수 없는 이유 / 김선기

2021년 04월 26일(월) 19:14

김선기 문학평론가/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장

4월이 또 저물어 간다. 봄꽃들도 속절없이 져가는 시간, 그 빈자리가 몹시 허전하고도 쓸쓸하다. 누군가 말했듯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이었다. 유독 나만 그랬을까. ‘그날의 바다’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의 가슴은 올해도 찢어질 듯 아팠을 터이다.

7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러건만 여전히 노란 리본을 단 차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비싼 차를 모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고급 외제 차에도 어김없이 노란 리본은 붙어있다. 왜 우리는 아직도 노란 리본을 달고 있을까?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0분 진도 앞바다, 그날의 바다를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안산 단원고 학생 등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옆으로 서서히 기울다가 이틀 뒤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곤 304명은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날, 우리는 수장되어가는 세월호의 처참한 모습을 눈 빤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때 전원 구조했다는 반가운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가, 곧바로 오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절망에 빠졌던 기억도 생생하다. 침몰하는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결국 세월호 참사는 대통령 파면까지 불러온 역사적 비극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7년이 흐른 현실은 어떤가. 6천800톤 가까이 되는 거대한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원인도 오리무중이다, 세월호가 기울고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이나 됐는데 그 골든타임을 왜 헛되이 보냈는지, 정부가 한 달 사이에 항적도를 왜 네 번이나 바꿨는지, 선내 CCTV 기록이 왜 하나가 없는지도 불가사의다. 뿐이랴.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과 유병언 검거 작전, 국가기관의 경영 개입 의혹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슬픔은 아이들 영정을 들고 언론사와 청와대를 찾아 나선 부모들을 막아선 권력자들과 일부 언론의 모습이었다. 이후에도 수많은 막말과 회유,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가슴이 무너진 부모들의 고통에 주목하는 주류 언론은 없었다.

아직 기회는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 활동 기간이 1년이 남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특별검사에 이현주 변호사(사법연수원 22기)를 임명했다. 수사 기간은 60일이고, 대통령이 승인하면 한 차례 30일 연장도 가능하다고 한다. 차제에 세월호와 관련한 모든 의혹이 낱낱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이제 세월호 참사를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다. 하지만 모든 의혹의 실마리가 풀릴 때까진 가슴 치며 안타까워했던 그 날의 반성만큼은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노란 리본’에 담겨있는 간절한 메시지를 잘 안다. 그 때문에 전 국민은 참사가 발생하자 너 나 할 것 없이 노란 리본을 달고,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들이 돌아오기를 손 모아 염원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는 지울 수 없는 304명의 얼굴을 마음속 슬픔으로 묻어야만 했다.

세월호 참사는 생명의 존엄성을 되새기고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세월호 이후 세상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생존 수영’을 배우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에서 안전 문제에 대한 예민성은 느껴지지만, 수영을 못해서 그 난리가 난 게 아니잖은가. 안전보다 효율을 우선시하면서 공적 가치를 의미 없게 여기는 가치관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 사회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에게 세월호 리본은 함께 아프다는 공감의 표시였고, 세상이 변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변화는 한꺼번에 오지 않는다. 마치 좁은 산길을 가는 여러 사람에 의해 큰길로 만들어지듯, 다만 잊지 않고 끊임없이 그 길을 가는 여러 사람에 의해 큰길로 태어난다. 이것이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하고 노란 리본을 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