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마당]화음방심 / 시조 - 박정호 |
| 2021년 04월 26일(월) 1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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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려고 그랬던 거지. 왔으면 된 것이지. 기어이 와서 다잡은 마음 흔들어 놓고 가려는 것이지. 앞뒤라 할 것 없이 강물을 타고 오르는 녹음을 당겼다 밀었다 하며 들쑤시고 다니는 심보를 어쩔 것인가.*들병이 불러 잔 기울이던 *지질컹이에게도 울긋, 불긋 소식이 닿아 꽃눈 뜨고 보는 봄이라, 허허! 봄이라. 그렇구나. 봄은 오는 것이었다. 오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막히고 닫힌 틈을 내어 잔설 녹여내고 거친 땅 헤집어 싸질러가는 불의 입김이었다. 무심하다 해도 떨리는 흉금(胸襟)을 감출 도리가 없다. 열여덟 춘심은 아니더라도 개나리 진달래 그늘에 들어 먼 산이라도 바라보자. 하늘 깊은 곳이라도 치어다보자. 이미 알고 있어도 짐짓 모른 척, 사막의 모래능선이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것을, 말도 없이 왔다가 가는 것을, 그래서 허허이, 허허! 새삼스러워 하는 것을. 남 일인 양 그저 그러려니 하다가 혹시라도, 자라난 가시에 스스로 다쳐 울 수 있다면 울어라. 천명(天命)이 다 하도록 펑펑 울어버려라. 그마저 할 수 없다면 입 닥치고 있을 수밖에
불러서 오지 않으니 부르며 가던 그 날을 지나와 알게 뭐야 저런, 저런. 꽃그늘 아래 놓아버린, 놓쳐버린 마음을 두고 에라! 바람이나 피울까 봐.
*들병이 : 병술을 받아서 파는 떠돌이 계집을 속되게 이르는 말
*지질컹이 : 무엇에 지질려 기를 못 펴는 사람
<박정호 약력>
▲곡성 출생
▲1988년 시조문학 추천 완료
▲시집 ‘빛나는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