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인선의 핵심기준은? / 김희준

2021년 05월 06일(목) 19:36

김희준 법무법인 LKB&Partners/前 광주지검 차장검사

최근 국무총리부터 국토부장관 등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늘 그래왔듯이 이들은 후보자로 지명되는 순간부터 야당과 언론에 의해 집중적으로 검증의 도마 위에 올랐다. 주된 내용은 미담보다는 이들이 국무총리나 장관직을 수행하기에는 비리가 너무 많아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예전에는 위장전입만으로도 국무총리나 장관직을 하기 어려웠다. DJ정부 시절에는 장상,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가 위장전입으로 임명을 받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시절에는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이, 박근혜 정부때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위장전입 의혹으로 낙마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위장전입보다 훨씬 더 큰 문제점들이 드러나도 낙마한 경우는 거의 없다. 국회의 동의가 임명요건이 아닌 한 그대로 임명을 강행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대두되곤 한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현상은 검증의 방향이 후보자의 공직수행능력보다는 지나치게 사적인 영역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다. 공직수행자로서 적합성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사적인 영역에 대한 해부 보다는 공직수행능력이나 자질을 검증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함에도 이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공직을 제안받으면 거절하는 경우가 갈수록 많이 생긴다. 이는 주로 가족들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족들 입장에서는 출세도 좋지만 후보자 본인뿐만이 아니라 가족들 전체의 사생활까지 탈탈 털리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고위공직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만큼 높지 않는 것도 주된 이유가 된다. 지역적으로는 서울에 가까울수록, 연령층으로는 젊을수록 공직에 대한 관심이나 선호도가 낮아진다. 나라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선진국 국민일수록 정치보다는 개인적인 삶과 행복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이러한 상황은 그렇지 않아도 좁은 인재풀에서 임명권자가 적합한 후보자를 찾는 것을 보다 어렵게 만든다. 널리 인재를 등용해야 맞지만, 임명권자 입장에서는 국정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즉, 우리편중에서 후보자를 찾으려고 하는데 그러한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직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요 공직에 대한 인사를 앞두면 언론에서는 예상후보에 대한 하마평을 쓴다. 그러한 정보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마치 출처가 정통한 소식통인 것처럼 보도를 한다. 최근 아는 기자들에게 이러한 정보가 나오는 것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출처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주된 보도경위는 어느 언론사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처음 거론하면 다른 언론에서도 그대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보면 어느 언론에서 최초로 보도했는지 조차도 불분명해진다. 그런데 신기하는 것은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넣어달라고 여러 경로를 통해서 부탁을 해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보기에도 객관적으로 그 자리에 가기 힘들 것 같은데 그러한 부탁을 하니 어쩔 수 없이 이름을 올려주게 된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그러한 노력까지 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인사권자의 관심을 끌어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사람들은 왜 그토록 공직에 집착하는 것일까? 자기 자신을 위해서일까, 국민을 위해서일까? 국민을 위해서라면 굳이 언론에 보도부탁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이는 고위 공직을 국민에 대한 봉사자가 아니라 출세의 자리로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여전히 고위공직에 있어야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대접받고 인정받는다고 착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과연 이런 사람들이 고위공직에 임명되면 사심 없이 선공후사의 자세로 공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필자가 보기에 공직수행자로서 적합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 사람이 이중적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가리는 것이라고 본다. 자신이 그토록 비난했던 일들을 스스로 해왔으면서도, 실제로는 그 정도까지 비난받을 일도 아니지만, 마치 자신은 그렇지 않은 척 다른 사람들을 비난해 온 사람은 공직자로서 기본적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잘못된 것은 그 사람이 그 행위들을 한 사실보다는 그러한 행위를 하였으면서도 자신은 전혀 그렇지 않고 정의로운 것처럼, 공정한 척 이중적으로 행동한 것이다. 또한 언론에 하마평을 부탁하면서까지 고위공직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자격이 없다. 이들은 벼슬욕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기 때문에 국민을 위해서 공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갈수록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람들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들의 이중성에 심한 배신감과 염증을 느끼고 등을 돌린 것이다. 고위공직자일수록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내로남불의 언행이 표출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 잘 걸러내느냐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있다. 결국, 고위공직자를 인선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진정성과 솔직함, 그리고 업무수행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