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몇 마디 - 김종 시인

2021년 05월 10일(월) 20:47

▲시 <오월>은 만화방창 꽃들이 피어나고 겨우내 짓눌린 회색 풍경들이 초록빛 싱그러움으로 채색된 작품이다. 오월은 산도랑물도 여행가고 물오른 버들강아지가 녹색차림으로 꾸벅거리는 계절이다. 산야 여기저기에 나물 캐는 아낙들의 모습만도 지난날 추억의 한 대목을 견인할만하다. 작품에는 “밀물 들어온 갯벌처럼/푸른 물결이 찰랑찰랑 대는 산야”에서 하늘이 춤추는 것 같은 계절감이 일렁인다. 노고지리 지저귀는 들녘에는 보리누름이 한창이고 무논에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왁자지껄하다. 이 같은 때 시인은 누군가가 찾아올 것 같은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시조 <제비>는 ‘따뜻한/남쪽 소식’을 찌지찌지 전송하는 광경에서 낯익은 정겨운 장면을 읽게 한다. 창공을 나는 제비들을 보노라면 세상은 사통팔달 자유롭다는 생각이다. 제비는 해충을 먹는 익조이고 인가의 처마에다 집 짓고 살아 사람과는 식구처럼 지내던 동물이다. 이제는 추녀가 없는 아파트세상이어서 제비집 들어 앉힐 공간도 자연 사라지면서 제비는 인간과 멀어지고 있다. 그 같은 자리에서 시인은 “아파트 층층 깊이 흩뿌리는 모스부호에서 앉은뱅이 꽃 피운다”는 발견을 보여준다.

▲시 <붉은 카펫>은 사람세상의 사랑과 은혜가 노래된 작품이다. 이야기에는 ‘천 냥 무거운 아버지 치료비’에 ‘목사의 도움’이 밑받쳐져 있다. 그런 일이 있고서 아들의 마음에는 ‘빚진 은혜’가 한시도 떠날 날이 없었고 그로부터 26년이 지나고 “교회 계좌로 1천 만 원을 송금”한 아들은 이제야 마음의 ‘짐’을 “내려드린다”는 수미쌍관의 미담을 읽으면 못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덕을 베풀고 은혜를 갚는 일은 너 나를 떠나 아름다운 일이다. 눈시울 적시며 감동의 파도가 달려올 것 같은 길은 어디에 있든 ‘붉은 카펫이 깔린’ 길이 아니겠는가.

▲수필 <푸른길에서>는 계림에서 남광주를 거쳐 진월까지 10여 마을을 돌고 돌아 무려 8㎞에 이르는 기찻길이 ‘푸른길’로의 재탄생한 일을 풀어낸 문장이다. 이 길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어르신도 어린이도 함께 걷는 화합의 장이요, 노소동락의 한마당이기도 한 길”이다. 이곳에서 작가는 보호자 손을 놓치고 울고 있는 여자아이를 보살피려다 겪은 짤막한 에피소드도 소개하지만 이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길을 통해서 인간은 역사를 만들고 생의 화복길흉을 엮어왔다. 사람 세상에는 가정마다 길거리마다 어린이 날이다 어버이날이다 스승의 날이다 부산을 떠는 5월이지만 광주의 오월은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키려다 목숨까지 던졌던 아픔의 계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