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문학의 성지, 광주 / 탁인석 |
| 2021년 05월 11일(화) 1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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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예를 들어보자. 런던은 위대한 문학작품들이 나온 영감의 원천이 있는 도시이다. 셰익스피어 시절 지어졌던 극장, 찰스디킨스가 배경이 된 술집들, 첩보소설의 배경이 된 카페, 주점, 역사 깊은 출판사와 책방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 런던이다. 이런 작가들의 ‘뒷이야기’들을 보면 런던의 어두운 역사를 보게 되면서 읽기만 해도 숨쉬기가 불편한, 매연의 뒤덮인 공기와 쓰레기로 가득한 템즈강의 모습을 보게된다. 역사의식이 날카로운 작가들이 불편한 조건들을 작품으로 보여주었다. 조지오웰, 제인에어, T.S 엘리엇 등 런던이 경제적으로 호황이어서 유명하기도 하지만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는 문학의 존재감을 악조건에서 보여주고 있다. 세계사를 주도해가는 역사적인 도시 런던에서 작가들의 욕구가 제대로 분출되었으리라는 짐작이 든다.
서울 또한 문학의 도시를 앞세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다른 여타 도시들도 문학을 앞세우는 경우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주제를 가지고 여러 형태로 내밀고 있다. 이웃 목포만 해도 금년에 단 4일간 15억원을 들여 ‘문학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광주가 어떤 곳인가. 광주가 안타깝다. 가장 문학의 도시 여건이 갖추어져있고 표현 욕구가 가장 강렬함에도 도약이 더디다. 광주는 ‘문화수도’로 명칭 되어 있고 문화경제 부시장이 유일하게 있는 곳이다. 풍광이 아름다워서 위대한 작품이 나온 것이 아니다. 풍광이 좋은 스위스가 위대한 작가가 있는가. 광주는 불편한 역사조건으로 문학하기가 가장 좋은곳이다. 광주는 서러운 도시이기 때문이다. 광주는 한 많은 전라도 땅의 대표성이 있는 대도시이고 그 덩치만큼 전라도의 많은 사연을 분출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역사적으로 이미 밀려있는 땅이었다는 것은 차치해보자.
가까운 1592년 임진왜란에서 죽을 고생을 했지만 1597년 정유재란이야말로 전라도를 목표로 하여 치러진 전쟁이라는 것이다. 민중의 삶 속에 이해되어야 할 전쟁이다. 전라도 민중과 이순신과 합심이 되어 임진왜란은 명나라 침공이 좌절된 것이다. 퇴각하고서 도요토미히데요시가 분개의 세월을 보내고 다시 정유년 침공일 때 이번에는 ‘이순신과 호남을 죽여라’를 목표했다. 순천이 전쟁 중심이었고 순천왜성이 왜군의 본부였다. ‘보이는 대로 죽여라. 움직이는 것은 다 죽여라’는 작전지시에 전라도는 싸그리 당하는 처절한 지역이 된 것이다.
고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겪은 지역이 되었다. 임진왜란 때는 전라도는 점령이 안되어서 의병이 거의 전라도에서 다 나오고 식량보급처 역할을 했다. 전라도에 당한 왜놈이 정유년에는 전라도를 죽이라는 대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전라도가 당할 때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독특한 전쟁 양상이 이 지역인 것이다. 전라도 민중이 가장 잔인하게 당한 것이다. 민중의 수난이 얼마나 지독한지 그 후유증을 떨어내지 못한 곳이 이곳이다.
처절한 2개월 전쟁에서 호남 민중이 나서고 저항한 곳이다. 이런 부분이 역사에서 언급이 덜 되어 있다. 이후 전라도 중심으로 동학 대전쟁이 있었고, 광주 학생의거, 3·15와 4·19 선봉에 있었다. 그리고 5·18로 이어진다. 삶을 괴롭히지 아니하는 지도자를 즐겁게 추대해야 함에도 그런 지도자를 못 만나고 있는 지역이다. 민중이 그렇게 당하고 있는데 오히려 구박한 임금을 경험했다.
전라도가 광주가 왜 위대한가. 당하고 또 당한 유전자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5월 광주 행사가 다가왔다. 광주는 민중문학의 성지로 거듭나야 함을 실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