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영령들이 지켜낸 민주주의·자유에 감사” 5·18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추모 열기 고조 빗속 국립5·18민주묘지 전국 각지서 추모 행렬 이어져 참배객들, 묘비 둘러보며 눈시울…오월 어머니들 통곡 최명진·조태훈 기자

2021년 05월 17일(월) 19:57

비가 촉촉이 내린 17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참배객들이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김애리 기자

“41년이 지났지만 그때 일을 떠올리면 여전히 가슴 아픕니다.”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오월 영령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 물결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추모식은 오월 유가족들과 각계 인사,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고 경건하게 진행됐다.

비옷을 입고 우산을 든 참배객들은 민주 열사들이 잠든 묘비 일대를 둘러보며 그날의 진실이 남김없이 밝혀지기를 소망했다.

유가족들과 흰 소복을 차려 입은 오월 어머니들은 추모식 내내 눈가를 훔쳤다.

헌화를 하던 한 유가족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통곡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함평군이 키워 날려 보낸 흰나비들도 민주묘지 상공을 날아다니며 오월 영령의 넋을 기렸다.

하염없이 남편 서영채 열사의 묘비를 어루만지던 유순환(70)씨는 어렵사리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유씨는 “애 아빠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며 “광주역 앞에서 학생들이 죽어가는 꼴을 차마 보지 못한 나머지 함께 투쟁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너무 많은 부상을 입은 남편은 결국 후유증인 급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41년이 지났지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계속 떠오르고 눈물이 난다. 죽지 않는 이상 계속 생각날 것”이라며 “하루 빨리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임현서(70)씨도 남편 홍운석 열사의 묘 앞에서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임씨는 “애 아빠가 체격이 커 잘 쓰러지지 않으니 군인들이 곤봉으로 무릎을 내리쳐 쓰러뜨렸다”며 “남편은 그때 머리를 가격 당해 두개골에 금이 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계엄군들은 그저 근처를 지나갔다는 이유로 아무 잘못도 없는 시민들을 때렸고, 무고하게 총 맞고 숨진 사람들도 많다”며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오월 열사들을 위해 진실을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시민들도 오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잊지 않고 이곳 민주묘지를 찾았다.

양근혁(34)씨는 “학창 시절부터 수없이 5·18과 관련된 행사와 교육을 받아왔고, 그 흔적들 또한 꾸준히 접해왔다”며 “하지만 사회인이 된 지금 현실과의 타협 때문에 5·18은 기억 저편에 홀로 남겨졌다”고 털어놨다.

양씨는 “광주 시민으로서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역사의 뿌리인 민주 묘지를 찾았다”며 “오월 영령들이 지켜낸 민주주의와 자유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최명진·조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