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주와 타협의 사회 / 김일태 |
| 2021년 05월 19일(수) 1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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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왕조시대 군주조차도 공적 의리와 사적 의리를 구별해 민심을 이반시켜 나라를 혼란하게 하는 붕당과 패거리를 경계했다. 특히 사상가 한비자는 오두 편에서 민심을 이반시켜 나라를 좀 먹는 다섯 부류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오두는 나라를 좀 먹는 다섯 부류의 해충이라는 뜻이다. 그는 다섯 부류로서 “학자(學者)들은 인의를 빙자하여 현란한 지식으로 위정자의 마음을 헷갈리게 하고, 언담자(言談者)는 논객으로 외세를 빙자하여 거짓을 앞세워 사적 이익을 취하고 국가의 이익을 버리며, 대검자(帶劍者)는 협객으로 의리를 내세워 도당을 만들어 국정에 간여한다. 근어자(近御者)는 위정자의 측근으로 자신의 편을 등용하고 전문가를 멀리하고, 상공지민(商工之民)은 썩은 기업인들로 품질과 서비스에는 관심이 없고 탈세로 불법으로 이속만을 취한다”라고 하면서 나라의 좀 벌레라고 혹독하게 질책하였다. 한비자는 오두를 방치하면 나라가 망하거나 조정의 주인이 바꾸게 된다고 경고했다.
정치는 개혁의 일방적 독주를 하면서도 때로는 공존을 위한 타협을 가능하게 한다. 대통령제에서 패배한 정당은 국정에 참여하지 못하므로 타협이 더욱 필수적이다. 정치에서 일방적인 독주는 ‘국민의 마음’에 의해서 제어된다. 국민은 정치에서 다수결 원칙이 적용되지만 일방적인 독주가 작동하게 되면 ‘민심의 이반(離反)’이 발동하여 궁극적으로 정권 교체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이것은 국민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로 ‘국민의 마음’을 보여주고 정당 지지도와 대선후보 적합도로 ‘민심의 이반’을 표출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최선이지만 일방적 독주에서는 타협과 협조의 정치가 작동해야 최악에서 벗어나 백성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차선의 정치를 추구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는 정치를 비롯하여 전 영역에서 다수결 원리가 적용되지만 타협을 통해서 소수의 의견을 반영한다. 타협이란 정치에서는 협조와 조정으로, 외교에서는 협상으로, 기업에서는 동반성장으로, 노사와 지역, 그리고 계층에서는 상생으로 서로 양보함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는 묘책이다.
사마천도 사기(史記)에서 “백성의 마음은 물과 같다. 막으면 넘쳐흐르고 내버려두면 흘러간다”라고 했다.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 재상으로 등용된 손숙오((孫叔敖)의 정치를 통해서 물과 같은 국민의 마음은 강제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일찍이 공자는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법률 만능에 의한 정치를 행하면 백성은 법의 허점만을 이용하려는 수치를 모르는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우려하고 법령의 한계를 지적했다. 우리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통해서 법의 제정이 정치의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시장을 도외시하여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적 의사결정이 국가의 모든 사안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 마음을 우선적으로 살필 수 있는 것은 정치적 결단에 달려 있다. 이제 국민은 모든 영역에서 일방적 독주보다는 타협으로 나라를 나라답게 건강하게 만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