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 정치, 변화가 필요하다 / 박대우 |
| 2021년 05월 27일(목) 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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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반합의 원리로 나아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정치이기 때문이다. 정치에 있어서 대립과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에게 잘못된 점이 있으면 꼼꼼하게 지적하고 다른 방안을 제시하면서 대안세력으로서의 순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고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호남 정치는 비정상이다. 아니 단언컨대 죽은 정치이다. 호남의 정치적 상징으로 자리 잡은 故 김대중 대통령의 공과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아쉬움은 호남 정치의 독점이 정치인 김대중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박정희 정권 이후 호남은 김대중의 정치적 자산이자 버팀목이었다.
그야말로 모두가 똘똘 뭉쳐야만 호남의 恨을 풀어낼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우스갯소리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를 보냈다. 마치 사명감과도 같은 절대적 지지는 당시의 군사독재와 정치적 환경에 따라 충분한 정당성을 갖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도 부여받았다.
드디어 1998년, 김대중은 1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호남의 기나긴 투쟁과 희생도 값진 역사로 평가받게 되었다. 김대중 정부의 모토는 ‘국민의 정부’였다. ‘국민의 정부’는 갈등과 대결의 과거를 딛고 통합과 상생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할 과제와 정치적 전환점을 의미했다. 이제 더 이상 “호남에서는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된다.”라는 비정상적인 일당 독점의 정치가 끝났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호남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이미 지역주의를 통해 기득권으로 자리 잡은 정치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시장, 도지사, 구청장, 군수, 시의원, 구의원, 군의원까지 그야말로 일당 독점의 지역주의도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견고한 지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미 정치적으로 막을 내리고 사법적, 역사적 심판의 범주로 넘어간 과거까지도 정치적인 구호로 되살아나고 진영과 이념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결코 끝나서는 안될 전쟁의 무기가 되고 있다. 그 전쟁을 위해 필수적인 것은 영 호남 지역 정치가 고착화되고, 80년 5월의 광주 역시 나누어가질 수 없는 전유물이어야 했다.
호남 정치, 이제는 바꿔야 한다. 어느 한 당이 선출직을 독식하는 기형적 환경에서는 호남이 발전할 수 없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자리 잡을 수 있는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호남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정치적 헤게모니의 실체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고민에 그치지 않고 정치의 정상화를 위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각 정당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군소 정당들이 자리 잡기에 너무 척박한 환경을 탓하기에 앞서 정치력의 부족을 인정해야 한다. 정책의 차별성도 중요하고 노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호남의 정치적 토양을 바꾸는 것이다. 진영의 논리에서 한 걸음 벗어나 대한민국 정치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역사적 장정에 나서야 한다.
민선 8기 지방선거가 일 년여 남은 지금부터 지역에서 활동하는 각 정당들은 후보 단일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민심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인은 시대의 필요성에, 민심의 질문에 반응하고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무리 좋은 나무도 현실과 민심이라는 땅을 벗어나면 살아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