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등산 사랑, 신양파크와 광주를 넘어서 / 김홍식 |
| 2021년 05월 31일(월)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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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제부터인지 광주 하면 ‘무등산’, 무등산 하면 ‘광주’라는 말이 당연하게 자리잡았다. 우연히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광주와 이곳 사람들이 억장 무너지며 피눈물 흘릴 때, 돌아서서 남모르게 가슴 미어지는 서러움을 안으로 삭일 때, 마음 둘 곳 없어 혼돈과 방황으로 흔들릴 때마다 무등산은 늘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의 품처럼 우리를 그렇게 말없이 위로하고 다독이며 품어주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2012년 국립공원 승격에 이어 2018년에는 무등산이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 인증을 받으면서 지구촌의 명산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무등산이 지닌 가치를 안에서뿐만 아니라 나라 밖에서도 인정해 준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무등산은 자연적, 지역적인 가치로만 한정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무엇을 함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위 광주 정신하면 불의를 보고 외면하지 않는 적극적인 저항정신과 민주주의의 표상으로서 무등산의 기상과 정기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무등산을 지키고 보존해 가려는 운동도 이제는 그 이상의 차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승화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양파크 공유화 문제도 지금까지 이어져 온 광주시민들의 범시민 무등산 사랑 운동이 그 내부동력으로 작용했고, 이것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무등산을 지키고 사랑하는 시민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쾌거이다.
실제로 무등산공유화운동은 이미 20년 전에 시작돼 현재에 이르렀다. 당시 무등산이 도립공원이라지만 73%가 사유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공원이라는 말이 무색했고 광주시민들의 자존심으로 이를 개선해 보려는 운동이 무등산 한 평 갖기 운동으로 대변되는 공유화운동이었다. 한국 최초의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을 광주에서 무등산이 촉발한 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신양파크 공유화 문제도 바라보아야 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후속 조치도 검토되고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유화가 단순히 민간 소유의 신양파크호텔 하나를 광주시가 매입해서 개발을 저지했다는 수준에서 벗어나 무등산을 사랑하고 지켜가려는 범시민적 약속과 다짐을 다시 한번 새롭게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렇다면 신양파크호텔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방향성도 어느 정도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이미 ‘사적이익을 위한 개발을 지양하고 공익을 목표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대원칙이 확인된 만큼 그 속에서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광주의 무등산을 넘어 위기에 처한 지구 환경이라는 더 큰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명의 팽창과 더불어 늘어나는 탄소배출량 때문에 지구의 기온은 상승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인류의 미래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기후위기 수렁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 우리의 미래세대가 생존을 위협받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자연존중에 기초한 새로운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에서 우리 광주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환경생태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체험 중심의 생태적 전환교육이 시급하다.
따라서 우리가 신양파크호텔 공간을 생태학습장으로 만들어서 시민들의 생태전환교육을 진지하게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생각이 열 명, 백 명, 천 명으로 확산되고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전환에 주력하는 교사 100명만 있어도 서울의 학교가 완전히 바뀌고 100만 학생이 생태 시민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생태전환교육을 강조했던 서울시교육감의 발언도 이러한 맥락과 함께한다. 신양파크호텔이라는 공간을 활용하여 광주가 생태전환교육도시의 선두이자 지구촌 기후위기를 극복해 가는 위대한 생태환경도시로 전환되기를 기대해 본다. 바야흐로 무등산 사랑이 신양파크를 넘고 광주를 뛰어넘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