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명화이야기]춤(Dance) shall we dance? 춤은 시대를 읽는 ‘몸의 언어’…청춘들이여 춤을 춰라 ‘몸으로 말하는 시대’…춤은 감성과 인지를 전달하는 또하나의 언어 삶의 가치관·시대상 반영 ‘쉼없는 진화’ 사회·문화적 맥락 이해해야

2021년 06월 03일(목) 19:52

앙리 마티스作 ‘춤’ <구글 위키피디아>

‘당신은 행복한가요?’ 라는 식의 질문들은 살아가다 한 번씩은 받아 보는 것이다. 당연한 대답일 테지만 단번에 ‘네’라고 대답할 이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행복감이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것인데, 직업 자체를 본인이 좋아하는 것으로 가질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보자면 그림을 그리는 것, 춤을 추는 것,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다루는 등 취미생활을 통해 행복감을 찾는 이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중 이번에 이야기해 볼 것은 바로 춤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 걷는 것 등 일상생활을 불문하고 우리가 하는 행동들 모두가 조금의 변형을 거치면 춤이 될 수 있을 테고 이런 행위는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예술 작품으로 보는 것은 아마 인간만이 유일하지 않을까?

안나 안데렉作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 <구글 위키피디아>

신체를 움직인다는 행위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식으로 해석해 볼 수가 있을 것인지 춤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소개해 볼 작품은 앙리 마티스의 작품 ‘춤’과 올해 비엔날레 연계전시로 은암미술관에서 이뤄졌었던 스위스 파빌리온 프로젝트 ‘얼론투게더’(Alone Together)이다.

야수파의 대표 화가 ‘앙리 마티스’는 독자들의 눈에도 작품이 많이 익었을 만큼 유명하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색채와 간결한 표현들로 사람들의 눈을 한 순간에 사로잡은 그였지만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이런 점을 좋게 보지 않았던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을 비웃으며 평론가 ‘루이 복셀’이 붙여준 이름이 바로 야수파였다.

앙리 마티스作 ‘붉은 식탁’ <구글 위키피디아>

마티스의 유명작품으로는 ‘붉은 식탁’을 들 수 있다. 제목 그대로 강렬한 레드가 온 그림을 뒤덮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세계와는 전혀 다르게 원근감의 경계가 사라져 앞뒤 거리가 가늠되지 않아 평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식탁 장식은 벽지의 무늬와 어우러져 얼핏 보면 어떤게 벽이고 식탁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는다. 그리고 단순한 색과 면으로 이뤄진 인물표현은 원시적인 느낌마저 풍기는데 그의 작품 ‘춤’에서는 이런 특징이 더욱 도드라진다.

작품 ‘춤’은 초등학생이 그렸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단순하며 천진난만하다. 간결한 선과 색채만으로 구성된 그림에는 서로 손을 맞잡고 흥에 겨워 뱅글뱅글 돌고 있는 남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놀이인 강강술래처럼 보이는 이 춤은 화면 중앙에 손을 놓친 여인의 휘어진 허리에서도 볼 수 있듯 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새파란 하늘 밑 초록의 땅 위에 발가벗은 채로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태초의 인류가 기쁨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행했던 행위를 보는 듯하다. 마치 춤의 기원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모습은 무아지경에 빠질 때까지 뱅글뱅글 돌며 신명에 빠져들었던 그 옛날의 모습이 다시 재현된 것처럼 보여진다.

또한 파랑, 초록, 빨강의 원색에서도 알 수 있듯 그가 그림을 통해 메시지를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창구로서 역할을 했던 ‘색채’ 역시 화가의 의도를 강하게 전달해 내고 있다.

“미술이란 걱정 없이 편하게 머리를 누일 수 있는 안락의자 같은 것” 마티스가 미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런 생각은 그가 삶의 기쁨을 주는 요소들을 주로 그림의 주제로 잡았던 이유와도 통한다. 따라서 그가 춤이라는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메시지 또한 바로 ‘행복’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화가의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가 그림에 녹아있기에 그의 작품이 여태껏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평면적인 회화보다도 신체의 움직임 자체를 활용해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는 퍼포먼스 등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도 이런 종류의 하나인데 올해 비엔날레와 은암미술관이 공동연계해 진행했던 스위스 파빌리온 프로젝트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로 예술 작품을 통해 동시대 우리 모습을 읽어 볼 수가 있었다.

스위스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안데렉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퍼포먼스와 비디오 설치작품이 결합된 것으로 ‘신체와 신체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이번 작품은 특히나 코로나 19를 겪고 있는 인류에게 매우 시사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 디지털 환경 속 우리의 신체가 경험해야 할 공간은 초네트워크화가 가능한 웹을 기반으로 광활하게 넓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정서적 범위는 조금 급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핸드폰과 거의 일체가 되다시피 살아가고 있는 세대를 우리는 ‘포노사피엔스’라고 칭하고 신인류라 명명할 만큼 기술이 인간의 삶 속에 깊게 침투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기술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한 연결이 가능한 시기에 오히려 인류가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감은 어떻게 설명해내야 할까?

이런 사회 현상을 읽어보고자 준비한 라이브 퍼포먼스와 영상물 속에서 그 단초를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퍼포먼스와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네 명의 여성 퍼포머가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디지털 기기를 통해 디지털세계를 체험하고 현실과의 괴리를 몸으로 표현한다. 동시에 사회적으로 규범화된 남성적 자세를 관람객들에게 줄곧 노출하며, 이에 빗대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디지털상에서의 민주주의는 옳게 향해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낸다. 이런 하이브리드 시기 인간이기에 우리가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은 오히려 세상을 경험하는 최초의 단위라 할 수 있는 ‘신체’라고 하겠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을 가장 설득력 있게 인식시키는 것이 바로 신체다. 그렇기에 조금 더 늦기 전에 신체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즐겨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감을 통해 현실을 감각하고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이런 신체에 대한 탐구와 관심은 화가들에게도 뗄 수 없는 것이며, 이런 ‘움직임’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 바로 ‘춤’인 것이다.

이현남 <전남대 미술이론 박사수료>

춤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전문가들이 주가 되는 클래식하고 오래된 종류의 춤이 있는 반면에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춤들도 있다. 매스컴의 역할이 컸겠지만 춤을 활용한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에 생활 속의 춤도 어느덧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위치에 와 있다.

이런 여파로 발레나 한국 무용 등 순수무용에 쏠리던 관심이 요즘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쉽게 예술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째즈댄스, 힙합, 라인댄스, 벨리댄스 등으로 이동해 활성화돼가고 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춤도 더 이상 소수 부유층과 전공자만이 향유하던 예술이 아니며 전문적으로 알지 못해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됐다.

독자분들도 이번 기회에 한번 관심을 가지고 여가생활로 즐겨보시길 권해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