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 창사 30주년-특집기사로 본 광주·전남 30년]‘무등산 정상에서 만납시다’ 1995년 4월부터 총 20회…원상 복원 범시민 운동 전개 1996년-2006년 군부대·통신중계소 등 이전 이끌어내 최권범 기자

2021년 06월 08일(화) 19:33

지난 2012년 12월27일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광주의 명산 무등산은 넉넉한 품으로 광주시내를 보듬고 있다. 도심 속에 자리한 무등산은 광주의 어머니산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 왔다.

하지만 무등산 정상은 군부대가 들어선 1960년부터 민간인의 접근이 전면 통제돼 왔다. 이로 인해 천혜의 비경을 간직해 온 무등산 정상은 군부대 시설과 송신 중계탑 설치 등으로 훼손돼 지역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에 광주매일신문은 지난 1995년 4월 무등산 정상복원을 위한 범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이는 무등산 훼손 문제를 정면으로 대응해 대안을 제시했던 역작으로, 산고 끝에 선보인 보석 같은 기획물이다.

실제 무등산 정상복원 범시민운동은 창간 초기인 1993년부터 2년여 동안 철저한 사전 준비작업을 거쳐 기획한 노력의 산물이다.

시리즈 첫 회는 1995년 4월21일자 본지 1면 톱기사로 게재됐다. 광주매일신문은 특별취재반을 구성, 총 20회에 걸친 대기획 캠페인 기사를 통해 정상복원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첫 회 기사는 ‘금단의 땅 30년…할퀴고 문드러져, 신음하는 호남명산’이라는 제목 아래, “광주의 상징이자 어머니로 불리며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온 무등산, 의기가 서린 정상이 통제된 지 30년을 맞아 이제는 시민들에게 되돌려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기사는 “군부대시설이 들어선 1960년부터 민간인의 접근이 전면 통제된 이후 국가기반시설인 통신·방송의 발전과 함께 각종 시설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70여개 동의 건축물과 10개의 송신 중계탑이 마치 무등산의 정수리를 짓누르고 있는 형상이다”며 “군부대 및 통신시설 등으로 할퀴고 문드러진 무등의 최고봉이 더이상 시민들에게 금단의 땅, 잊혀진 추억의 무대로만 남아 있어서는 안된다”고 정상복원에 대한 당위성을 지역사회에 널리 알렸다.

광주매일신문은 범시민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한산악연맹 광주전남연맹과 공동으로 100만 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또 초·중·고생과 대학생은 물론 각 기관단체 등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을 총망라한 협의회도 구성했다.

광주매일신문은 지난 1995년 ‘무등산 정상복원 범시민운동’을 벌여 무등산 경관을 해치고 있는 군부대, KT중계소, 원효사지구원주민촌 등을 이전하고 무등산 본래의 자연환경과 조화할 수 있는 식생으로 복원시키는 데 기여했다. 사진은 국립공원 무등산 정상 개방 행사 모습.

캠페인이 진행되던 1996년 1월1일에는 새해를 맞아 무등산을 찾은 3만여명의 해맞이객들 중 5천여명이 현장에서 서명에 동참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반영하기도 했다.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다. 1년여 동안 진행된 캠페인은 무등산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정부와 지자체의 전환적인 관심과 대책을 이끌어냈다. 광주매일신문의 특별한 지역사랑과 발군의 기획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 결과, 광주시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무등산 경관을 해치고 있는 군부대, KT중계소, 원효사지구원주민촌 등을 이전하고 무등산 본래의 자연환경과 조화할 수 있는 식생으로 복원했다.

특히 장불재에 있는 군부대를 공원외 지역으로 이전한 후 등고선을 복원하고 억새, 싸리, 야생화 등 풀포기를 식재, 탐방로를 조성했으며 매년 전문교수와 함께 모니터링을 통한 연구와 보존 관리로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

이후 광주시는 지난 2011년부터 매년 1-2차례 시민들에게 무등산 정상을 개방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가을부터 개방행사가 취소됐으나 그동안 총 23차례 개방을 통해 총인원 43만5천여명이 무등산 정상의 아름다운 비경을 만끽했다.

/최권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