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광주’의 명품화를 고대하며 / 김송희
2021년 06월 10일(목) 19:37
김송희 더킹핀 이사·리서치센터장
올 5월도 쓱 지나갔다. 수많은 오월이 문화예술작품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반갑기 그지없다. 뮤지컬 ‘광주’가 그랬고 놀이패 신명의 ‘언젠가 봄날’이 그랬다. ACC에서 공연된 ‘시간을 칠하는 남자’도 광주의 오월을 다뤘다. 함께 울고 웃었다. 41년 전의 과거 이야기가 아니었다. 현재 진행형인 우리의 이야기이자 미래로 향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광주문화재단이 기획하고 극단 마방진이 제작한 창작뮤지컬 ‘광주’(연출 고선웅)는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막을 내린 지 몇 주가 지났건만 가슴 먹먹한 여운은 쉽게 가시질 않는다.

뮤지컬 ‘광주’의 성과는 상당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예술장르의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되거나 재현되고 있는 가운데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뮤지컬 장르로 형상화되었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다. 광주의 오월이 광주를 넘어서 전국, 세계로 뻗어가는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우혁, 신우, 민영기, 김종구 등 티켓 파워와 팬덤을 지닌 아이돌 스타와 실력있는 뮤지컬 배우들을 캐스팅해 뮤지컬 애호가 뿐만 아니라, 가수 팬층에까지 저변확대를 이루었다.

특히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책이나 교육을 통해서만 배웠던 청년세대에게 ‘광주정신’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연 매개체 역할을 했다. 광주를 제3의 시선을 보려고 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초연에서 지적됐던 등장인물의 서사와 스토리의 문제점이 시즌2에서 보완되어 완성도가 높아진 점도 좋았다.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만만치 않다. 역사극의 성공은 사실과 허구, 그리고 재미와 감동의 절묘한 버무림이다. 뮤지컬 ‘광주’는 객관적 시선을 지향하면서도 광주와 광주시민을 의식한 정서가 기저에 시종일관 깔려있어 서사 흐름이 탄탄치 않은 한계를 보였다.

광주의 오월을 경험한 이들과 경험하지 않은 이들의 간극을 좁히는 것도 아직은 미흡하다. 뮤지컬 ‘광주’를 관람한 일부 광주시민들은 여러 장면에서 거리 두기가 힘든 감정 과잉 상태를 겪었다고 한다. 당시 상황과 맞지 않는 무대배경, 스토리 전개, 제대로 배역을 소화하지 못하는 느낌을 주는 배우를 바라보면서 “잘못된 사실로 진실을 왜곡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방어기제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다채로운 선율로 편곡된 ‘님을 위한 행진곡’은 돋보였지만, 뮤지컬 음악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었다.

앞으로도 광주의 오월이 다양한 예술장르를 통해 형상화되길 희망한다. 광주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창작뮤지컬 ‘광주’도 광주정신을 널리 알리고 우리의 몸과 마음에 각인되는 대표적인 문화상품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프랑스 대표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같은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발돋움하려면 기존 공연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의 지속적 보완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시초인 ‘지하철 1호선’의 경우 94년 초연 이후 20년 이상 무대에서 공연하고 재개할 때마다 수정, 보완작업을 거쳐 수준 높은 뮤지컬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다.

뮤지컬 ‘광주’가 반짝 화제에 머물지 않으려면 빛고을시민문화관, 광주문예회관 등에서 상설공연화하여 광주시민과 방문객, 관광객들이 언제든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뮤지컬 ‘광주’ 관람이 광주 방문의 주요 목적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 비전과 지원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상시공연 외에 전국 순회공연, 세계공연 등을 통해 광주의 문화상품을 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뮤지컬 ‘광주’가 시대정신을 일깨우며 흥행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대표적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www.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jdaily.com/1623321427548284131
프린트 시간 : 2024년 07월 23일 04:3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