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난장]실리콘밸리 아이들, 스마트폰이 없다 / 정서연
2021년 06월 17일(목) 19:24
정서연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책임연구원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다. 스마트폰이 발전하고 진화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연령대도 점차 낮아졌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아이의 모습은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스마트폰 과의존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하지 말라는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0년 전국 17개 시도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전체 23.3%로 집계됐으며 전년(20.0%)보다 3.3% 증가했다. 이 중 청소년(만 10-19세)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35.8%), 유·아동(만 3-9세)이 두 번째 순위다(27.3%).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에 관한 질문에 10명 중 8명이 ‘다소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할 정도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녀의 스마트폰 과의존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부쩍 늘어났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가족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부모는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스마트 기술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 리더들의 사례가 궁금하다. 스티브 잡스의 대표작인 아이패드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을 때다. “자녀들도 아이패드를 좋아하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않아요”라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 집에선 자녀의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빌 게이츠도 자녀가 14세가 될 때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었으며, 취침 전에도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했다.

트위터의 CEO인 에반 윌리엄스 등 실리콘밸리 리더들도 자녀의 스마트 기기 사용에 엄격한 규칙을 적용한다. 스마트폰을 사주는 시기는 자녀가 최소 14세가 될 때이며, 사용 용도는 통화와 문자로만 제한했다. 사용 시간도 10세 미만의 경우엔 주말 30분-2시간, 10-14세 자녀에겐 주중이나 방과 후도 허용했지만 용도는 숙제로 제한했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일들이 스마트 기술을 이끄는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이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에 엄격한 이유는 무엇일까? 6세 이전까지는 종합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로, 영·유아의 스마트폰 사용은 뇌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집중력과 공감 능력, 감정조절 능력과 관련된 전두엽의 기능이 손상되고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현상이 나타난다. ‘팝콘 브레인‘ 현상이란 팝콘이 터질 때 코를 자극하는 향과 크고 강렬한 소리가 나듯이, 크고 강렬한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뇌에 강한 자극이 반복돼 더 강력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에는 흥미를 잃게 된다. 스마트폰의 화려한 색채, 빠른 화면 전환, 강한 기계음이 아이의 성향을 점점 더 충동적이고 민감하게 만든다. 가벼운 터치로 즉각적인 반응을 얻다 보니 참기, 기다리기와 같은 자기조절능력을 키우는데 방해가 된다. 또한, 단편적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에 익숙해져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뇌 부위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영·유아기는 직접적인 상호작용과 오감을 통해 발달과 학습이 이뤄지는 시기이다. 스마트폰 대신 가족이 함께 하는 놀이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창한 놀이가 아닌 간단한 게임이나 신체놀이만으로도 아이는 즐거워한다. 특히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의 본보기다. 부모가 스마트폰 사용과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은 비례하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스마트 기기를 자녀로부터 멀리 두자.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최대한 늦출수록 좋다.

아이가 화면 속 세상에 몰입할수록 화면 밖 현실 세계에서 얻는 소통과 경험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디지털 시대를 사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의 접근을 무조건 금지할 수는 없다. 아이의 생각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부모님과 함께 약속을 정하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 자녀가 현명한 미디어 활용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열쇠는 부모에게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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