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와 신안 통합 논의, 이번엔 성과를 만들어야 / 이정록
2021년 06월 22일(화) 20:07
이정록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여수에서 1박을 하려는데 펜션 예약이 어려우니 알아봐 주라” “인터넷 블로그에 안 나오는 여수 맛집을 알려주세요” 등의 문자를 필자는 자주 받는다. 서울에 사는 지인들 문자다. 하지만 목포에 있는 전망 좋은 펜션 예약을 도와달라거나 목포 맛집을 알려달라는 문자는 거의 없다. 목포와 여수의 달라진 위상(位相)이다.

위상 변화는 노래에도 나타난다. 목포를 대표하는 노래는 ‘목포 애국가’로 불리는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다. 1935년 발표됐다. 하나를 더 꼽으라면 “비 내리는 호남선”으로 시작하는 김수희가 1989년 부른 ‘남행열차’다. 여수는 2012년 발표된 ‘여수 밤바다’가 고작이다. 버스커 버스커 멤버 장범준이 여수 만성리해수욕장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 영감을 노래한 거다. ‘목포의 눈물’이나 ‘남행열차’를 ‘여수밤바다’와 비교하는 것은 격(格)에 맞지 않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목포 노래를 구닥다리 취급한다.

노래는 차치하고, 목포는 대단한 도시였다. 목포는 1897년 진남포와 함께 개항된 한반도 4번째 상업항이다. 1910년 목포부가 됐다. 1914년 호남선 개통으로 명실상부한 호남권 관문이 됐다. 1936년 인구 6만 명으로 서울 부산 평양 대구 인천에 이어 전국 6대 도시로 성장했다. 반면에 여수는 목포 비교 대상이 되지 못했다. 1924년 개항했고, 조면(繰綿)과 고무공장을 중심으로 일본인 거주지가 형성됐다. 1931년 여수읍이 됐다. 1930년 여수-광주 철도가 개통했고, 전라선(여수-익산)은 1936년 완성됐다. 이러니 목포를 여수와 비교하는 건 가당찮다.

하지만 지금은 목포가 여수의 비교 대상이 못된다. 필자가 전남대에 입학할 때만해도 목포고 출신이 순천고 출신보다 많았다.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 목포고 출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인구는 광주 전남에서 4위로 추락했다. 하락세는 앞으로 더할 거다. 지역내총생산(2018년)은 여수(26.4조원)가 목포(4.2조원)보다 6.3배 많다. 여수가 대학생이라면 목포는 유치원생 수준이다. 여수에 있는 펜션에 가서 밤바다를 즐기겠다는 사람은 아우성인데 목포는 조용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유는 많지만 필자는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전남도청 무안 이전이다. 만약 도청이 무안이 아닌 나주나 광주 인근으로 이전됐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아닌 ‘2012목포세계박람회’가 됐을 수도 있었다. 해양 주제 박람회 후보지로 목포는 최적 입지였다. 오늘날 여수를 우리나라 ‘핫 플레이스’로 만든 결정적인 요인은 노래 ‘여수밤바다’가 아니라 세계박람회 개최로 만들어진 관광 인프라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목포 신안 무안 통합 실패다.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은 우여곡절을 거쳐 1998년 통합했다. 통합 여수시는 전남 수위(首位) 도시가 됐다. 그 여세로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도 가능했다. 하지만 목포는 정반대였다. 1994년 이후 6차례나 통합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1994년, 1995년, 1998년 통합 시도는 무안 반대로 무산됐다. 2009년과 2012년엔 무안과 신안이 모두 반대해 수포로 돌아갔다.

무안반도 통합 실패 후과(後果)는 참담했다. 목포 면적(52㎢)은 전국 시 군(구 제외) 중 꼴찌에서 5번째다. 작은 면적으로 택지 개발은 물론이고 산업 단지 조성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부족한 용지를 확보하려면 양을산 대박산 지적산 등지를 허물어야 하는데, 그런 도시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인근 남악과 오룡 지구로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구도심은 활력을 잃고 슬럼화 중이다. 작은 면적은 목포 발전에 결정적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현실적 대안은 무안 신안과 합치는 것 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2일 목포와 신안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 무안이 빠진 젊음발이 통합 논의지만 괜찮은 차선책이다. 목포와 신안이 먼저 통합하고 무안과 통합은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그동안 통합에 비판적이었던 신안 주민들이 통합 논의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추진위원회는 신안 주민에게 통합의 장단점을 소상히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인층에게 목포와 통합하면 의료 복지 서비스가 보다 향상된다고 설득해야 한다.

여수처럼 1998년 통합 목포시가 출범했다면 목포는 지금 인구 35만을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전남 1위 도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죽하면 ‘목포해양대학교’도 학교 이름에 ‘목포’를 빼겠다고 야단이겠는가. 목포와 주변 지역 통합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인접한 도시와 행정 통합은 오늘날 세계적 추세다. 목포와 신안 주민이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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