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광주땅 최초 이야기](9)군대 조선초 병영터 ‘고내상지<광주공항 서편>’ 900여명 20년간 머물렀다 1897년 금남로1가에 신식군대…전주진위대 지휘 받아 육군 장교양성의 전당 ‘상무대’ 1995년 장성으로 이전 보병 31사단 1955년 광주로…무등산 정상 방공포대도 김경수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

2021년 06월 23일(수) 20:42

오치동 삼각산아래 향토사단.(향토지리연구소 2010)

지난해 천안역에서 40년 만에 전우들을 만났다. 옛 파월용사 훈련장이었던 화천 ‘빼치고개-파로호’를 누빈 학군 동기생들이다. 모두 광주 보병학교에서 차출된 초군들. 충장로 다방, 무등산 너머 동복유격장, 보전포훈련장, 송정리역…. 추억열차는 꼬리를 물고 달렸다.

광주에서 군에 관한 얘기는 마한 정벌 백제군, 왕건과 견훤 쟁패터로 왕조·왕자·견훤대와 방목평, 몽고와 왜구 침략에 따른 무등산수박과 정지장군이 전한다.

실제 군대 최초 주둔지는 조선초 전라병마절제사영(全羅兵馬節制使營)이다. 광주공항 서편 송정동 253번지 일대 ‘고내상지’(古內廂址)가 바로 그곳. 육군 900여명이 1417년까지 20년간 머물다 강진병영으로 떴다.

광주공항 서편 고내상터.(향토지리연구소 2009)

광주병영터 지리입지가 세종실록에 나온다. 첫째 뛰어난 형세와 초목이 풍성하며, 남방의 중앙 위치로 사방 통로가 평탄해서 방어에 유리한 곳. 둘째, 성밖 지형이 군정에서 우선해서 다룬 전마(戰馬)를 기르기에 좋은 곳. 셋째, 성 주변 땅이 비옥해 군량미 확보에 도움이 된 곳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을 살피니 ‘광주관아 30리 지점에 1천681척 길이에 걸쳐 돌로 쌓은 성’이다. 1983년 광주시 문화재자료 10호로 지정된 안내판에는 ‘성터는 높이 1.45m, 폭 8.5m의 토성이 약 170m 길이로 일부만 남아 있다. 성안엣들, 성내맷들, 성과 같은 지명이 전한다’고 적혀있다.

구한말 고내상면은 신촌리를 포함 도하, 수성, 용보, 도상, 도신, 산암, 고상마을이 속해 있었다. 1910년대 민적자료에 따르면 249호 1천227명이 거주했으며, 농업 241호를 비롯 상업 4호, 양반 2호, 관리 1호다.

광주에 신식군대 창설은 1897년 금남로1가 15번지에서다. 전국 요충지에 지방군이 확대 편성되면서 전남관찰부 소재지 광주에 지방대가 섰다. 군인 100여명은 전주진위대 지휘를 받았다. 1900년 광주진위대로 개명되고, 1907년 대한제국군 해체와 함께 일본군터가 됐다. 전남사범학교 기숙사와 전남수협이 있던 곳이다.

백석산 상공에서 본 상무대 일대.(향토지리연구소 2003)

광주시청 일대는 조선시대 군분면(軍盆面)땅이었다. 1930년대부터 군과 민간 비행기활주로로 사용되다가 1952년 육군 장교양성의 전당인 ‘상무대’(尙武臺)가 설치됐다. 한국전쟁 4만 포로수용소, 1980년 5월 계엄분소·영창·군사법정이 설치됐던 상무대는 1995년 장성으로 옮길 때까지 92만명이 거쳐 갔다. 이승만 친필 표석을 본 자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도 포함된다.

옛 상무대부지 70여만 평과 근처 나대지 약 100만 평은 광주 신도심 조성 개발사업이 이뤄지고, 지금 치평동 ‘상무지구’시가지로 탈바꿈했다. 정부의 무상양여로 마련된 5만평 땅에는 5·18시민공원도 만들어졌다.

1940년대 말 평동 지정지구 200만평이 포사격장으로 징발됐다. 1955년 강원도 화천에서 보병31사단이 오치·삼각동 일대 52만6천350평 부지로 왔다. 광주·전남지역 방어임무 전담인 향토사단 ‘충장부대’는 1995년 향토수호사를 발간하고, 2017년 역사관을 준공했다.

1964년 광주 군·민간공항은 1964년 신촌동 일대 183만평에 조성됐다. 미군 단독 사용구역 면적은 25만여 평이었고, 2005년 군산기지로 갔다. 현재 공군제1전투단 군용기와 민간항공기가 오르내리고 있다. 한때 미 패트리어트미사일 부대가 주둔한다고 시민사회에서 큰 관심지역이었다. 미군방송이 전파를 타기도 했던 용보촌 고샅에 영어 간판이 붙은 가게 몇 곳이 눈에 띈다.

1964년 화정동 325번지일대 3만3천여평에 국군광주통합병원이 들어섰다. 2007년 함평 해보면으로 가고, 도심공원 남쪽에 광주여고가 새둥지를 틀었다. 서편 쌍촌동 305·388번지 일대 13만여 평은 1934년 지응현이 응세농도학원을 설립한 곳이다. 1940년대 이후 일본해군, 대건신(카톨릭)대, 505보안부대터였다. 2006년 천주교 광주대교구청이 임동에서 이사 오고, 평생교육원과 5·18역사공원이 조성됐다. 남쪽 1㎞안팎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사이엔 백일사격장이 있었다.

쌍촌동 5·18역사공원터 군벙커.(향토지리연구소 2021)

1966년부터 무등산 정상 천왕봉(1천187m) 고지에는 공군 방공포대가 주둔 중이다. 북구 금곡동 산1번지와 화순군 이서면 영평리 산88·96번지 일대다. 201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자연생태복원조사에 따르면 정상부가 4m정도 훼손된 곳으로 밝혀졌다. 1942년 박선홍 사진에 표고 3천956척이 새겨진 나무기둥이 서있다.

1966년 전화번호부를 열람한다. 상무동 육군제2군사령부·전투병과교육사령부와 502미군사정부대광주파견대를 비롯해 학동68번지 전라남도병무청, 금남로2가 26번지 제8055부대, 신촌동 686번지 공군제1전투비행단, 송정신촌 공군216기지전대, 화정동 260번지 제77대육군병원적십자휴게실, 금남로2가 20번지 공군헌병파견대, 송정읍 250번지 제12지구방첩수사대본부, 중흥동 290번지 공군차량관리소, 서산동 107번지 제31사단, 금남로1가 15번지 제13범죄수사대·30헌병중대·해병대사령부광주해군헌병대, 양림동 24-10번지 국방부건설본부광주지구사무소, 광산동 1-2번지 전남지구주월국군안내소가 기록돼 있다.

1975년 금호·마륵동 일원 11만평과 공군탄약고를 중심으로 벽진·금호동 인근 65만평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됐다. 근래 새터 활용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소태동 501번지에는 국군복지단 무등학사가 위치한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학교에 다니는 군자녀를 위한 기숙사다. 1996년 지은 지상4층 지하1층 883평 건물에는 2인 1실 49호실이 꾸며져 있다.

2014년에 이어 최근 일제 때 축조된 것으로 짐작되는 지하벙커가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충일 오후 쌍촌동 993번지 현장을 찾았다. 벙커는 30명 정도 수용 공간이었고, 내부로 전기를 연결한 애자도 걸려있다. 태평양전쟁 동안 비상용 군 지휘소로 여겨진다.

광주 도로명 중 충장·금남·제봉·경열·구성·죽봉·서암로는 군·의병과 관계된 선인들의 호(號)를 딴 것이다. 군사도시, 광주골로 기틀을 다지는 요충(要衝) 땅 문신이다.

/김경수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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