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은 무너지는가?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2021년 06월 24일(목) 18:21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결국 쫓겨나듯 물러날 것이다.” 오래 전에 마치 예언과도 같은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이후 지금까지 필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동의는 커녕 중국의 통치시스템이나 권력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매함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미국을 넘어 세계 패권까지 넘보고 있는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쫓겨나듯이 물러난다? 더구나 시진핑 주석은 역대를 통틀어도 가장 견고하고 폭넓은 권력기반을 구축하고 있어서 그럴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웠기에 주변의 이러한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주장을 소신처럼 지키고 있는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중국이 바지 뒤춤에 감춰 놓았던 칼을 시진핑 주석이 뽑아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신감이었거나, 전략적 수순이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설령 대외적인 효과와 통치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칼을 꺼낸 시기와 드러난 칼날의 상태가 문제였다. 위대한 중화민족의 꿈을 실현시키겠다며 시진핑 주석이 꺼내든 칼 ‘중국몽’은 여전히 미완이었고 녹슨 상태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과 함께 ‘흑묘백묘론’을 선택했다.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가 중요하지 않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사상보다 먹고사는 경제가 중요하다는 논리였다. 당시 중국의 상황은 그만큼 절박했다. 덩샤오핑의 결정은 빛을 발했다. 이후 중국의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고 서방세계의 시선도 우호적이었다.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 잡은 중국의 다음 선택은 ‘도광양회’였다. 말 그대로 자신의 힘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30년 넘게 지속돼온 중국의 대외정책은 2012년 공산당총서기에 선출된 시진핑으로 인해 바뀌었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중국몽’을 발표한 것이다. 이후에도 ‘일대일로’ 등으로 거침없는 확장정책이 지속되었다. 당연히 미국과 유럽이 긴장했지만 효율적으로 대처할 구심점이 없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 독선적이고 즉흥적이었던 트럼프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임기 후반기에는 중국의 존재에 대한 위협을 느꼈지만 이미 덩치가 커져버린 중국을 혼자서 제압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버리고 진영과 협력시스템 통해 대중국 정책에 나서면서 이전과는 다른 지형이 만들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권이 여 야를 가리지 않고 중국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무너뜨린다는 것은 견제와 압박과는 차원이 다르다. 러시아와의 냉전 이후 자제해왔던 군사적 조치까지도 포함된다는 측면에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반도에도 이러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담보하는 쿼드에 이어서 쿼드플러스까지 논의되고 있다.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하면서 박근혜 정부 이후 중국으로 기울어 있던 무게중심을 복원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만났다. 결과적으로는 중국을 직접 상대하는 전략보다는 시스템을 통해 중국의 존립기반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여기에는 당연히 북한도 포함된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성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발언에 북한이 즉각 반응하는 것은 중국이 느끼는 압박의 강도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 소련과의 냉전시기에는 서로가 군사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대결이었다. 누가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더 많은 군사력을 갖고 있느냐에 주력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누가 더 잘사느냐, 누가 더 많은 돈을 벌고, 국민들의 생활이 풍족한가의 경쟁으로 접어들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힘의 우위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던 시대도 지나갔다. 유럽이 하나로 뭉쳐있고, 세계 각국의 외교력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결국 명분과 실질적 가치를 중심으로 힘의 중심이 결정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더구나 총보다도 무서운 경제 전쟁이다. 환율과 금리, 무역과 관세를 통해 진영을 나누고 피아를 구분하는 섬뜩한 전쟁터에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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