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난장]물과 빛의 도시 광주, 역사적 이미지 되찾을 때 / 이성대
2021년 07월 01일(목) 19:40
이성대 시사평론가
광주는 빛고을이다. 빛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원래 광주 지명은 무진주(武珍州, 茂珍州) 또는 무주(武州)였다. 언어학적 연구에 의하면 무진주의 ‘무’는 물을, ‘진’은 들판을 의미한다. 광주는 물의 들판이었던 셈이다. 오늘날 일부에서 ‘무돌’이나, ‘무들’을 광주의 지명과 연관짓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광주가 원래 물의 들판(무들)이었다는 것은 고증이 가능하다. 일제강점기와 박정희 정권 시기에 단계적으로 메꿔져 지금은 사라져 버린 경양방죽은 근대적 도시화가 진행되기 전 광주의 이곳저곳에 많은 물길들이 널려 있었음을 유추하게 한다. 지형적으로 보더라도 광주는 원래 늪지나 습지에 가까웠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는 흥미롭게도 버드나무의 도시이기도 했다. 과거 광주천 주변에는 수많은 버드나무들이 숲을 이뤘다. 학창시절 필자는 책을 팔러 다니는 행상이 가져온 일제강점기 1920년대의 전국 주요도시 사진첩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광주는 역시 버드나무로 유명한 평양과 더불어 버드나무의 도시로 묘사됐다. 광주천 주변을 중심으로 수많은 버드나무들이 무성하던 모습이 사진에 남아 있었다. 광주엔 버드나무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대표적으로 양림동, 유동, 유덕동, 유촌동이 그렇다. 모두 버드나무 숲이거나 동네라는 의미다. 쌍촌동도 두 그루의 버드나무와 관련된 기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버드나무를 통해서도 광주가 물이 많은 지역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버드나무는 사실 옛 농경문화에서 다산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나무다. 물을 좋아해 주로 물가에서 자라고, 수많은 가지와 잎을 뻗기 때문이다. 고구려 건국신화에서 강물의 신(河白)을 아버지로 둔 유화부인(柳花夫人)이 건국시조 추모왕의 어머니로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민족의 시조모로 묘사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광주의 물은 사실 무등산을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높은 산은 물의 근원이다. 물은 강을 이뤄 바다로 흐르며 주변지역을 풍요롭게 적신다. 물이 많다는 것은 농경에 유리한 지형적 조건이었음에 틀림없다. 풍부한 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땅이라야 많은 농산물을 기반으로 부가 축적될 수 있었다. 결국 과거 농경사회에서 광주와 그 인근지역의 풍요로움은 무등산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의 들판이었던 광주가 빛의 도시가 된 것은 고려 태조 때다.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무진주를 광주로 개칭한 것이다. 광주의 의미가 빛의 고을인 것은 고려말의 성리학자 목은 이색이 광주를 광지주(光之州)라고 지칭한 기록으로 보아 확실한 듯하다. 광주는 고려시대부터 빛의 고을로 불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광주에 왜 빛과 연관된 이름이 붙은 것인지는 기록상으로 알 수는 없다. 빛이 어디서 온 것인지는 모르는 셈이다. 필자는 아마도 그 빛이 신령스러운 산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광명으로써 세상을 다스린다(光明理世)’는 우리 민족의 관념에서 신령스러운 산은 곧 빛나는 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서석산으로도 불린 무등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다. 하늘에 제사 지내는 산이기도 했다. 하늘을 향해 곧게 솟은 서석대, 입석대의 모습은 고대인들에게는 신령한 기운 그 자체였을 것이다. 지금은 광주에 소속된 한 자치구의 이름이지만 광주의 별칭이 한때 광산(光山)이었다는 것은 산에서 빛이 왔다는 추론이 허황된 것은 아니라는 방증일 지도 모른다.

지명으로 살펴본 광주는 이처럼 고래로 수량이 풍부하여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지역이었으며, 고려시대 이래 신령스러운 빛의 도시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풍요로웠던 광주의 역사적 이미지는 근래에 들어 그 연결고리가 깨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광주는 7개 광역시 중 1인당 지역총생산(GRDP)에서 하위권이다. 농경 사회에서 풍요로움을 자랑했던 광주는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 되었다. 수많은 정치적 고난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피땀 어린 고행이 뒤따랐다. 이제 디지털 혁명으로 세상의 패러다임이 또 다시 바뀌어 가는 이 시대에 광주는 다시 경제적 풍요로움을 바탕으로 빛으로써 세상을 이끌어 가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www.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jdaily.com/1625136052550168131
프린트 시간 : 2024년 07월 17일 04:5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