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 대권주자 양성소가 된 현정부 / 김희준 |
| 2021년 07월 01일(목) 1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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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내내 야당은 야당다운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하고 지리멸렬했다. 야당은 국정농단 사건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했고 그 여진은 계속됐다. 야권은 대선 이후 이번 보궐선거 이전까지 모든 선거에서 완패했다. 국민들은 야권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 반사적 이익으로 여당은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둬 역대 최대 의석을 차지했다.
국회까지 장악한 여당은 원하는 정책을 마음껏 추진할 수 있는 역사상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지게 됐다. 지난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은 현 정부에 큰 기대를 걸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라고 힘껏 밀어줬다. 하지만 부동산정책 등 각종 경제정책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전국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문제였다. 더디더라도 방향만 맞으면 역효과는 나지 않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시간이 갈수록 방향이 문제였음이 정책의 결과로서 입증됐다. 그 와중에 현 정권에서 중용한 사람들은 정부와 심각한 갈등과 대립관계를 구축했다. 자기 사람들이라고 믿은 그들은 정권의 기대와는 전혀 반대되는 행동으로 여당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현 정권의 탄생모토였던 공정과 정의, 상식은 그들의 모토가 됐으며 그들의 무기가 됐다. 누구의 공정과 정의, 상식이 진짜인지 진품경쟁이 펼쳐졌다.
그들은 공격당하면 당할수록 그만큼 더 정치적 거물로 성장했다. 그들에 대한 공격은 그들이 대권주자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다. 그들은 지금의 공정과 정의, 상식은 가짜라면서 미래의 공정과 정의, 상식을 외쳤다. 현재의 공정과 정의를 미래의 공정과 정의가 공격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그들의 현정권에 대한 공격은 자연스럽게 그들을 여권이 아닌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급성장시켰다. 야권에서 유력 대권후보를 발견하지 못한 국민들도 그들을 차기 야권 대권주자로 지지했다. 스스로 유력 대권주자를 만들어내지 못한 야권도 그들을 자신들의 대권후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야권으로서는 가슴 아프지만 달리 대안이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야당의 수장인 전직 대통령 2명을 구속하면서 ‘우리 윤총장’으로 현 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야권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는 그를 지지하는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이 있는 가운데 대선 출마선언을 했다. 출마선언에서 그는 현 정권에 대한 강력한 심판론을 주창했다. 그리고 같은 날 이 정부의 최재형 감사원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아직 대선 출마의사를 명확히 밝힌 상태는 아니지만, 그 또한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거론되는 또 한사람이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이다.
이와같이 어느덧 그럴듯한 대권주자 한사람 보이지 않던 야권은 어느새 유력 대권주자로 풍년을 이루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현 정부에서 핵심요직을 맡으면서 정권과 대립각을 세웠던 사람들이다. 즉 여당이 야당의 대권주자들을 만들어서 보낸 웃지 못할 상황이 된 것이다.
여당으로서는 참으로 뼈아픈 현상이다. 자신들이 뜻하지 않게 키운 현재의 야권 대권주자들이 없었더라면 다음 대선을 편하게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의 힘은 30대 당대표가 취임하면서 당 대변인 오디션 선발 등 종래에는 없었던 신선한 시도로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제 대선이라는 본선이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결코 소생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야권에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맞다. 상황이 언제든지 바뀔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펼쳐질 현 정부 출신 야권주자들이 과연 끝까지 생존해서 대선승리로까지 갈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비슷한 후보들이 중간에 낙마한 것처럼 그들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자뭇 궁금해진다.
국민들은 진영논리와 지키지도 못할 달콤한 공약에 휘둘리지 말고 진정으로 공정과 정의,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소중한 내 한표를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