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421)

일편의 장한 마음 죽지 않고 살아 있으시어

2021년 07월 20일(화) 19:12
題哭崔侍中瑩(제곡최시중형) 춘정 변계량

무용 바쳐 충성하다 백발이 성성하니
말 배운 아이들도 그 이름 알고 있지
일편의 장한 마음은 비끼어 있으리라.
奮威匡國�D星星 學語街童盡識名
분위광국빈성성 학어가동진식명
一片壯心應不死 千秋永與太山橫
일편장심응부사 천추영여태산횡


최영 장군은 고려 말 어지러운 세태에 나라를 지켜 낸 우국 장군이었다. 질곡의 한 시대를 살다 간 장군이자 애국자였지만 천국과 지옥을 왕래했던 분이다. 이성계는 새 왕조를 세우고 나서 6년 만에 ‘무민’(武愍)이란 시호를 내려 그의 넋을 위로했다. 개풍군 덕물산에 있는 그의 무덤은 풀이 나지 않는다 해 ‘적분’이라 불린다. ‘무용을 바치시어 충성하다 백발이 성성하셨으니, 말을 배운 아이들도 그 이름은 알고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일편의 장한 마음 죽지 않고 살아 있으시어(題哭崔侍中瑩)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춘정(春亭) 변계량(卞季良:1369-1430)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다. 1397년(태조 6) 조봉대에 올라 사헌시사가 됐던 인물이다. 1401년(태종 1)에 봉렬대부로 성균악정 지제교가 됐다가 사예로 바뀌었고 직예문관으로 옮겼으며, 사재소감으로 전직되는 등 순환이 많았던 인물로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무용을 모두 바치시어 충성하시다 백발이 성성하셨으니 / 말을 배운 아이들도 그 이름은 알고 있다네 // 일편의 장한 마음 죽지 않고 살아 있으시어 / 천추토록 태산처럼 비끼어서 있으리라]라는 한 덩어리 시상이다.

위 시제는 [최시중 영(최영)을 주검에 곡하며]로 번역된다. 시적 대상이 되는 사람은 고려를 마지막까지 지키다가 유명을 달리한 최영(崔瑩:1316년-1388년) 장군이다. 최영은 고려 말기의 혼란한 내외 정세 속에서 고려를 지탱하려 했으나, 위화도 회군의 이성계에 맞서다 체포돼 참형을 당했다. 당시의 제도는 만사나 제문을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는데, 여기에서는 예외로 했다.

시인은 고려의 마지막 충신 최영 장군의 위용과 업적은 물론 지조를 기리는 시상이다. 무용을 다 바쳐 충성하다가 백발이 성성한 장군이신데, 말 배운 아이들도 그 이름은 알고 있다고 했다. 시적 대상자가 참형을 당했으며 위세 등등한 이성계 일파의 경계가 있었음에도 이를 뿌리치고 시를 쓴 대담성 앞에 고개가 숙여짐은 어찌할 수 없는 처지였음을 알게 한다.

화자는 그 높고 장한 마음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서 고려의 충신으로 지켜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편의 장한 마음 죽지 않고 살아서, 천추토록 태산처럼 비끼어 있으리라고 했다. 평생을 “금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부친의 유훈을 명심해 명리를 돌보지 않던 청백리였다.

※한자와 어구

奮威: 분발해 위용을 보임. 匡國: 나라를 바로 잡으려고 헌신 노력함, 學語: 말을 배우다. 街童 : 길거리의 아이들. 盡識名: 다 이름을 알고 있다. 一片: 일편단심. 壯心: 장한 마음. 千秋: 오래도록, 永與: ~과 더불어 영원하다. 泰山橫: 태산이 평지 위에 솟구치듯이(대지를 가르고 우뚝 솟아있는 형상)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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