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몇 마디 - 김종 / 시인

2021년 08월 02일(월) 19:45

▲시 ‘봄날의 꿈’은 화자가 봄날을 거닐며 봄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봄이 된 감정이입이 드러난 작품이다. 시어를 골라 쓰는 일은 독자의 정서를 환기하고 감동의 폭을 넓히기 위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상징이 주 표현법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주의 그림처럼 생것의 정서가 시인과 독자를 잘 소통되기도 한다. 봄날이 수채화처럼 그려진 이 작품은 화자의 감정이 투명하게 번져있다. 더할 것도 없이 봄날의 풍경이 선연하게 드러난 ‘봄날의 꿈’은 독자의 정서를 환기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다. “길가에 흙먼지 먹고 자란/이름 없는 풀꽃이랑/얘기하다 온/상큼한 그대의 얼굴”에 봄날의 꿈이 “고웁”게 서려 있다.

▲시 ‘장미의 유혹’은 화자의 자기 응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 쓰는 일은 생의 여러 요소에 시인의 정서를 옷 입히는 일이다. 정서는 자기 응시에서 비롯된다. 바슐라르는 ‘자기 응시의 모습은 자신을 세계의 중심에 위치시키는 이미지’라고 했다. 화자는 장미꽃을 보며 자기 응시에 침전한다. 마지막 연 “지키지 못한 사랑을 고이 보내는 심정으로/그 순간 어떤 날보다 아름다웠고/사랑했기에 사뭇 유혹을 떨쳐야 했다”고 고백하며 과거의 어느 사랑에 대해 회상하고 있다. 아마도 장미꽃처럼 아름다웠을 연인과 지키지 못한 약속들이 있었고 그 같은 약속으로 인해 사랑을 고이 보낼 수밖에 없었으리라.

▲시 ‘코로나19의 세태’는 화자의 감정이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코로나19는 만물을 얼려 죽였다./새싹은 없다./이제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천명해 코로나의 실상을 보여준다. 코로나19는 전 지구촌의 팬데믹이다. 부자도 권력자도 돈과 권력으로 상징된 봄의 자유를 사거나 소유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얼어붙었으니 다시는 지구촌에 꽃이 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절망의 끝에서 화자는 “위기를 극복하려는/우리의 의지만은/코로나19도 얼리지 못할 것이다.”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자드락길은 낮은 산기슭에 비스듬히 나 있는 좁은 길이다. 그 자드락길까지 “봄의 꽃이 다시 피기를 바라는” 화자를 한마음으로 응원한다.

▲수필 ‘고향 길’은 화자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해 공감 가는 작품이다. 고향은 나의 과거가 살아 숨 쉬는 곳이며 인정 간의 일들이 샘물처럼 찰랑대는 곳이다. 그리고 고향은 어린 나를 성장시킨 우주적 공간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 살던 장소와 시간의 잊히지 않는 자리마다 여러 사건들이 어제의 일처럼 푸르게 살아 숨어 있다. 본문 내용 중 “길은 우리에게 어디로 오고 가는지를 제시해주는 중요한 통로이다. 더구나 고향 길은 걸음마를 배우고 처음 흙을 밟아본 곳이 아닌가. 길은 교통수단의 의미를 떠나 두고두고 마음의 쉼터 역할까지 해내는 것 같다”는 아포리즘을 읽으면서 교훈적인 의미가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