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의 최전선 / 탁인석 |
| 2021년 08월 10일(화) 2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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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협이 서구청의 후원으로 진행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의 이름이 ‘글쓰기의 최전선’이다. 보통 하듯이 강좌를 명명했으면 밍밍했을 턴데 네이밍에다 ‘글쓰기의 최전선’으로 하니 수강생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일까. 9주간 진행된 이 강좌는 기간 내내 진지하고 그 효과 또한 공개하고 싶을 만큼 컸었다. 전원범 시인, 김종 시인, 조선의 인문학교수, 강원구 인문학교수, 기세규 인문학교수 등 5분의 강사진을 위촉하고 25명의 수강생을 선착순으로 받았는데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열기를 유감없이 펼쳐낸 자리였다.
수강생들은 어린 학생이 아닌, 저마다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이었다. 40대 후반에서 80대에 이르는 소위 인생 후반의 연령대로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강의명에서 보듯 ‘문학작품’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이해하고 창작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강의 중에 터득한 일이지만 문학탐구는 연령하고는 무관할뿐더러 나이가 들어서 권장할만한 일이 문학이라는 확신마저 든다. 이 세상에서 상대와 겨루는 일은 거개가 젊은 사람 위주이다. 스포츠가 그렇고 예능이 그렇고 바둑이 그렇다. 음악, 미술, 조각, 무용 등 어느 분야이건 도전하려면 나이가 젊어야 하고 그런 다음에야 성과를 담보하곤 하였었다.
그러나 문학은 이들의 분야와 동일하지가 않다. 젊은 날에 쌓았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를 못한 채 나이가 들어 인생 후반기를 의미 있게 살자는 일이 용이하겠는가. 문학의 단답형 정의는 인생탐구다. 그간 어떤 형태로 살아왔든 인생 후반기에 문학의 부름을 받는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과의 공익(公益)에도 손색이 없다. 수강생은 연령이전에 자신의 분야에서 역량을 갖춘 분들이다. 전·현직 교수에다 사업가, 공직에서 상당지위에 있던 분들까지 문학이라는 주제 앞에 엎드려 하나같이 열심이었다. 이 뜨거운 여름에 산골짜기를 찾아 물에 발을 담그고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랄까. 피서를 즐기려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발을 담그는 일에 나이와 신분이 무슨 소용인가. 문학으로 열공하는 인생 후반기는 분명 아름다웠다. 한의사이자 수필가인 이철호 작가는 ‘문학으로 모든 질병을 치료한다’는 책에서 “문학은 인간의 마음을 보다 풍요롭고 아름답게 한다”면서 문학을 고대사회로부터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질병의 치유수단이라 적시했다.
현대사회는 치열하면서 복잡다단하다. 그래서 인간은 온갖 심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이의 치유를 문학에서 찾는다는 것은 일리 있는 주장이다. 이리 보면 치약 짜 쓰듯 줄어드는 생의 시간에 바른 정신의 소유에는 문학만한 게 없겠다는 생각이다. 작가는 그 자체로 노블리스 오블리쥬이며 호주머니는 가난할 수 있어도 펼치는 세계는 풍요롭다. 작가는 그런 의미에서 세속적 현실에는 어둡지만 유연한 생각의 공급자이며 어떤 사람보다 선견지명의 소유자라 하겠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두 마리의 개(犬)를 편견과 선입견이라 하는데 여기에서 벗어나 인생을 통찰하는 자가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약한 듯 강한 사람이고 세상을 바꾸는 자리에는 늘 작가의 예지가 힘께 하는 것이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가장 파워플하면서도 조용한 수업이었다. 마치나 표면은 보이지 않아도 내면에선 강한 힘으로 흐르는 강물 같다고나 할까. 세상을 밝히고 정화하는 힘은 문학에서 시작되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이번 강의의 질적 양적 성실함은 서구청을 움직였다. 우리 협회의 요청 이전임에도 글쓰기 프로그램에다 예산을 증액하여 지원하겠단다. 감사한 일이다. 인문학이 사람세상을 움직이고 만들어간다는 말은 이 같은 사례들이 보다 활발하게 어우러질 때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