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몇 마디 - 김종/시인

2021년 08월 30일(월) 19:38

▶시 「빛메고을 1」은 ‘광산’을 노래한 애향시로 시인의 시심이 우련하다. 글로 그려진 그림이라! 눈을 지그시 감고 시의 운율에 따라 붓질을 해본다. 삼백서른여덟 자락의 골짜기를 가진 어등산 아래 펼쳐진 서석평야에는 절기 찾아 가을을 밴 들녘의 가족들이 옹골차다. 이백여 리 굽이치는 곡우 물에 날던 백학 무리는 깃을 접고 외발 또아리 속에 긴 부리를 묻고 휴식을 취하는 망중한에 황룡강과 극락강은 그 꼬리를 천년 이승에 둥글게 사리고 있다. 동곡천과 노평천이 만난 두물머리에는 청사초롱 밝히고 합수하여 영산강과 드들강을 낳았다는 전설이 운무 피어나는 수묵화 한 점을 보는 듯하다.

▶시 「관심」은 한글표기로만 되어 한참 고민을 했다. 관심關心은 마음이 끌려 신경을 쓰거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고 관심(觀心)은 자기 마음의 본성을 밝혀 살피는 것이다. 한참을 끙끙거리다가 관심을 한글로 표기한 시인의 의도가 중의적으로 다가왔다. 두 가지 뜻을 모두 포함한 시인의 관심은 “당신의 아침을/호수 위에 펼”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관심을 받으면 따스한 꽃잎 한 장에서도 대상의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 아니던가. “파문 이는 동그라미의 안과 밖/그 사이 어디쯤에” 우리의 본성이 있고 “따스한 꽃잎 한 장으로도/물의 심장은” 둥근 지문처럼 번져나가게 마련이다.

▶시 「석양노을」은 아마도 저녁식사 뒤에 산책에 나선 화자가 눈에 들어온 풍경을 보고 발로한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해 저녁과 노을과 화자가 삼위일체가 되어 혼연일체로 “반갑게 인사하듯 맞이하지만” 깊어가는 저녁노을에 “왠지 서글퍼지기도”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의 동요로 아쉬워지는 발걸음을 뒤로 하고 “저무는 하루를 바라보며” 실망이나 절망에 빠지지 않고 “내일도 찬란한 태양이/떠오르겠지 하”면서 “희망을 꿈”꾸는 화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평행이론은 언제 어디든 존재한다.

▶수필 「미완(未完), 그 영원성」은 시대의 화두 코로나로 일상의 박탈에 접한 작가가 또 다른 대안을 찾아가며 유한한 삶에 대해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생에서는 무엇을 만나든 최악은 없다. “대숲을 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 언덕 위 갈참나무 끝에 걸린 구름자락”처럼 슬며시 내미는 손길이 있게 마련이다. 죽음을 미완으로 본 작가는 거기에서 몸을 일으켜 죽음의 계속성인 영원을 깨우친다. “전설에서의 좌절은 비장함을 낳고 그 비장함은 영원을 향해 꿈꿀 수 있는 신비한 힘을 줍니다. 죽음이 없는 무한한 시간을 갈망한다는 것은 거꾸로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의 유한성을 자각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며, 미래의 상상을 꿈으로 엮어 가는 시간이 존재하는 한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도 미래도 영원할 수 있다”는 작가의 깨달음은 독자에게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염원을 추구하는 동기가 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