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424)

하늘이시여! 출정 깃발을 막아주소서

2021년 09월 06일(월) 19:42
南浦(남포) / 절재 김종서

강가에서 손님 보내 이별 한 깊은데
곡조가 처량하여 노래 다 못 부르고
깃발을 막아 주소서 대동강 물결이네.
送客江頭別恨多 管絃凄斷不成歌
송객강두별한다 관현처단불성가
天敎風伯阻征 一夕大同生晩波
천교풍백조정패 일석대동생만파

국가와 민족을 위한 우국충정 한마디를 듣고 가슴이 섬뜩하지 않는 사람 있으랴. 변방을 지키던 장군이 국경지방에서 적진과 마주해 국가의 안위를 생각하며 장검을 뽑아 든 그 기상에 탄복하지 않는 이 있으랴. 장군은 세종 때 육진을 개척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출정하는 기개가 만난다. 강가에서 손님을 보내니 이별의 한만 깊고, 곡조가 처량하여 노래 다 부르지도 못 하겠음을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하늘이시여! 바람 불어서 출정 깃발을 막아 주소서(南浦)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절재(節齋) 김종서(金宗瑞:1390-1453)로 조선 전기의 무신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강가에서 손님을 보내니 이별의 한만 깊어라 / 곡조가 처량하여 노래 다 부르지도 못 하겠구나 // 하늘이시여! 바람 불어서 출정 깃발을 막아주소서 / 저녁녘에 대동강에는 외로운 물결만 이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남포에서 이별하면서]로 번역된다. 평양 대동강의 별칭 같이 쓰인 포구는 남포였다. 남포의 이별은 한을 남겼고, 눈물을 남겼다. 가는 이를 붙잡고, 떠나지 않았음을 심회로 그리는 시상이 많았다. 흘리는 눈물이 대동강과 합류하면 넘칠 거라는 시상도 흔연스럽게 만난다. 선현들이 그린 시상은 서정성이 묻어나는 정서는 눈물과 함께 넘쳤다.

시인은 대동강 강가에서 손님을 보내려 하니 차마 손을 놓을 수가 없었음이 시통 주머니 속에 넘치는 듯했음을 알게 한다. 강가에서 손님을 보내니 이별의 한만 깊어 가는데, 그 곡조가 처량하여 노래를 다 부르지도 못 하겠다고 했다. 보내기 싫어하는 정한을 담고 남포의 강가에 떠나보내려는 충동을 느끼게 한다.

화자의 내뱉은 정은 그 이상이었음을 알게 한다. 그리고 화자가 부여잡는 손길은 차마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애통터진 하소연 한마디로 변하고 만다. 하늘이시여! 바람이 불어 출정하려는 저 깃발을 막아 주소서라는 한 마디를 쏟아 내더니만 [저녁녘엔 대동강에는 물결만 인다]고 했다. 귀한 손이 떠나고 난 다음에 남는 쓸쓸함이 감도는 외로움의 표현이다.

※한자와 어구

送客: 객을 보내다. 江頭: 강 머리. 別恨多: 이별의 한이 많다. 管絃: 관현악. 곡조가 많다. 凄斷: 처량하게 끊어지다. 不成歌: 노래를 부르지 못하겠다. // 天敎: 하늘로 하여금. 風伯: 바람. 바람이 불다. 阻征 : 출정하는 깃발을 막다. 一夕: 하룻저녁. 大同: 대동강. 生晩波: 늦은 오후에 파도가 생기다(친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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