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로 마음읽기 / 김영식 |
| 2021년 09월 29일(수) 21:27 |
|
사회생활 속에서 가장 엄숙한 공간 중 한 곳이 아마도 법정일 것이다. 심지어 법정 모독죄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먼 옛날부터 지배자들은 두려움과 공포를 이용하여 세상을 통치해 왔으며, 웃음을 죄악시했던 시대도 있었다.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또는 주변에 생기는 두렵고 공포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뇌가 하는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일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는 배경 중의 하나가 바로 다른 동물들보다 뇌를 사용하여 생각하고 언어로 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크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유머가 억압된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했다. 개인 혹은 사회가 억압하고 금지한 생각을 자아가 슬쩍 허용할 때, 농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관대한 자아는 부드럽고 풍부한 유머를, 엄격한 자아는 어쩐지 날카롭고 따끔한 위트를 만든다. 개인이나 사회가 억압받는 상황에서의 무의식은 도덕적이지도 않고, 다정하지도 않다. 당연한 일이다. 괜히 억압되겠는가? 그래서 너무 가혹한 상황의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자아는 농담 자체를 아예 허용하지 않는다. 요즘 세상을 보면 좀처럼 농담이나 유머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다. TV에도 유머, 개그 간판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고 뉴스에서는 오로지 동물의 왕국처럼 서로 물고 뜯고 공격하는 상황들이 너무 자주 비치는 현상은 지금의 사회가 정보화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하지만 인간성의 말살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처럼 힘든 시대에 고통받는 많은 계층의 집단들 속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유머와 웃음이다. 병원에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인들, 소방관, 소상공인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직업군들이 유머 코드를 만들어 내어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에 유머는 더 힘을 발휘했었다. 우리 마음은 생각에너지를 발달시켜 자신을 보호한다. 차가운 유머를 할 것인지, 따듯한 유머를 할 것인지를 자신의 뇌로 잘 판단하여 건네다 보면 그 순간 자신의 주변을 웃음이 머무는 창조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바야흐로 우리가 하는 유머나 농담도 모두 녹음되고 영상에 찍히고 SNS에 공유되는 시대가 되었다.
유머를 어떤 코드로 읽느냐에 따라 우리는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도 할 것이고, 한 세상을 구하는 의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코드를 읽는 주체는 내가 아닌 불특정 다수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한다. 하루에도 수백 번 CCTV에 노출되는 우리의 삶은 이제 웃고 있어도 웃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삶에서 희극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는가? 비극밖에 남지 않는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셰익스피어의 독백 중 가장 많이 알려진 대사이다. 단순한 삶과 죽음의 경계 선택을 떠나 ‘계속해서 살만한 인간 존재의 가치’를 성찰하라는 주문일 것이다.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이고 웃어넘길 수 있는 마음을 갖는 세상이 진정한 유토피아(Utopia)가 아닐까? 인공지능(AI)이 유머를 분별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쇼생크의 탈출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여보세요! 어디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알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