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 vs 한국정치 / 김희준 |
| 2021년 10월 07일(목)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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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투자해 만든 드라마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이다. 제작비는 약 2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의 경우 흥행여부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흥행에 따른 추가수익은 넷플릭스가 독식하는 구조이다. 판권과 저작권 등은 모두 넷플릭스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넷플릭스에게만 좋은 일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게 볼 것만도 아니다. 왜냐하면, 넷플릭스에서 투자하지 않았다면 오징어게임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의 대흥행은 넷플릭스에게 구독자 증가와 주가상승이라는 큰 이익을 안겼다. 갈수록 가입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넷플릭스의 성장한계론이 거론되었지만 오징어 게임의 유례없는 흥행은 이러한 위기론을 불식시켰다. 그리고 주가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아주 저렴한 제작비로 최고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이익도 크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은 기대에 못 미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콘텐츠 제작능력의 우수성을 다시한번 전 세계에 알렸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에 제작단가의 상승으로 연결되고 제작계약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게 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콘텐츠 제작능력은 영화부문에서는 이미 명성을 떨쳤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1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 100년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였다. 영화 ‘미나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대중문화의 전 세계 석권은 비단 콘텐츠 부분만이 아니다. 대중가요는 일찌감치 한류 열풍을 불러 일으키면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현재 BTS는 우리나라에서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인기가 더 높다. 우리나라 아이돌에 대한 팬덤층은 전 세계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한류열풍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문화 전성시대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치문화는 어떠한가? 과연 우리의 대중문화만큼 세계 최고인가?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의 계절 한복판으로 들어와 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에서는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을 한참 진행 중이다. 경선에서 각 경쟁자들은 정책경쟁보다는 화력의 대부분을 다른 경쟁자의 약점을 공략하는데 집중한다. 간간이 정책공약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동소이하다. 그러다 보니 서로 표절이라고 경쟁자를 공격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된다. 더구나 여당과 야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들은 나중에 게이트화할 수도 있는 대형악재에 휘말려 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비리에, 윤석열 후보는 고발사주와 가족비리의 몸통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는 누가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더라도 큰 뇌관을 안고 대선열차에 탑승함을 의미한다. 앞으로 이러한 비리의혹이 어떤 결말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참으로 고민스러운 문제이다. 지인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를 보면 본인이나 자식이 구속이 되던지, 자살을 하던지, 타살을 당하던지 등 해피엔딩으로 끝난 사람이 한명도 없는데 왜 이토록 악착같이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5년밖에 할 수 없는 자리인데 평생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왕이 되는 것으로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인지 그 사람들의 마음속 생각을 알기는 어렵다. 다만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자신의 계파나 지지세력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전체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는 제대로 된 대통령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