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을 여는 詩] 바위와 소나무 / 김영재 |
| 2021년 10월 11일(월) 1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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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못 살 것 같지만
바위에 솔씨 떨어져
말없이 안기면
신랑이 신부를 맞듯
바위가 몸을 연다
(시집 ‘히말라야 짐꾼’, 책만드는집, 2016)
[시의 눈]
아득한 벼랑 위에 소나무 한그루 푸르렀습니다. 꼬인 뿌리를 바위틈에 욱여넣고 용을 씁니다. 참, 서채현 그 클라이밍 선수처럼 매달려 있군요. 아마도 저 형상은 살아있는 벽생(壁生)의 적층일 것입니다. 오늘은 풍파와 투쟁을 이어온 소나무와 바위의 맥락이 사랑으로 벙글은 시를 읽습니다. 상징하는 바, 소나무와 바위는 군자의 지조라지만 쳐다보면 민초의 삶이 더 찐하게 스쳐오기도 해요. 수묵화로 옮겨온 산수화는 화랑 말고 컴퓨터 화면에서 더 쉽게 보지만, 가을볕 아래 목계(目階) 너머의 송암경(松巖景)은 가파른 절벽을 올라서야 보게 됩니다. 실제의 경(景)은 옮길 수가 없지요. 시가 말하듯, 솔씨 아가씨를 받기 위해 신랑 바위는 오래 준비를 했나봅니다. 풍진의 보단 속에 알뜰히 살핀 세월은 혜량하기도 어렵겠습니다. 멀리 어미 소나무가 둘을 지켜보고 있군요. 그 눈길 따라 촘촘한 햇살을 비집고 산을 오릅니다. 마침 장송 아래 거친 숨을 힘들여 내립니다. 하, 속세를 등진 듯 노송은 완완하고 청청합니다. 마침 뉴스를 끄고 나와서일까요. 미몽한 정치인들에게 송암(松巖)의 절벽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세워 봅니다. 하지만 곧 거두고 털어내 버립니다. 그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이 암반노송(巖盤老松)으로 풍자할 그 손가락마저도 죄를 짓는 것이겠지요.
김영재 시인은 전남 승주에서 나, 197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습니다. 시집 ‘화엄동백’(1999), ‘화답’(2014), ‘녹피경전’(2018), ‘목련꽃 벙그는 밤’(2019) 등을 펴냈습니다. 그는 면벽수행처럼 산시(山詩)를 쓰며, 자아겸양이듯 무소유적 해탈시(解脫詩)를 구현합니다. <노창수·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