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428)

이것이 이 천지에 한 가지 맑은 기운임을 알겠네

2021년 10월 12일(화) 19:40
次尹洪州梅花詩韻兼東吳君子
(차윤홍주매화시운겸동오군자)
서거정

매화는 눈 같고 눈은 매화 같아서
흰 눈이 닥치면 매화 꽃 필 것이니
이것이 천지 기운에 매화 보러 오시오.
梅花如雪雪如梅 白雪前頭梅正開
매화여설설여매 백설전두매정개
知是乾坤一淸氣 也須踏雪看梅來
지시건곤일청기 야수답설간매래

매화 피는 계절이 되면 누군가에게 반가운 향기로운 매화 소식을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인간의 심리는 좋은 것은 늘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느낌과 내 기쁨을 모두 담아 상대방의 가슴 속에 모두 보내고 싶었을는지도 모른다.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리라. 한 송이 눈을 맞고 피는 매화는 그 도를 더했을지도 모른다. 매화는 눈 같고 눈이 매화 같고, 흰 눈 몰아닥치면 매화 곧 필 것이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이것이 이 천지에 한 가지 맑은 기운임을 알겠네’(次尹洪州梅花詩韻兼東吳君子)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사가정(四佳亭) 서거정(徐居正:1420-1488)으로 조선 전기 문신이자 학자다. 1457년 우사간, 지제교에 초수가 됐다. 1458년 정시에서 우등해 공조참의, 지제교에 올랐다가 예조참의로 옮겼던 인물이다. 세조의 명으로 ‘오행총괄’을 저술했으며, 1460년에는 이조참의로 자리를 옮겨 승승장구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매화는 눈 같고 눈이 매화 같아 / 흰 눈 몰아닥치면 매화 곧 피리니 // 이것이 이 천지에 한 가지 맑은 기운임을 알겠네 / 모름지기 눈을 밟으면서 매화 보러 오시게]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윤홍주의 매화시를 차운하고 겸하여 오군자에게도 적어 보내다]로 직역된다. 시제에 나오는 시적 상관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매화야 말로 부귀를 누린 자들 가운데 문아함을 가진 자로 여겼고, 곧고 깨끗한 성품과 청정한 가운데 향기로운 덕을 갖춰 무리 가운데 빼어난 자라고 했다. 온갖 꽃 가운데 청고함을 지닌 화중성(花中聖)으로 삼았다.

시인은 이런 점에 염두하면서 매화의 고고한 기상을 제일로 삼았음이 시상의 곳곳에 무럭무럭 익혀 나오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매화는 눈 같고 눈이 매화 같아, 흰 눈 몰아닥치면 매화꽃이 곧 필 것이라고 했다. 매화의 고아함이 은은하게 묻어날 것이라는 미래지향적인 시상을 움푹 담아냈다.

화자는 후구인 정구에서 자기의 심회를 온 천하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음을 시상의 한 곳에 소복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것이 이 천지에 한 가지 맑은 기운임을 알겠다고 하면서 [ 모름지기 눈을 밟으면서 매화 보러 오라]는 한 마디 하소연을 보내고 있다. 온 천지에 눈을 밟고 서거나 그 기상이 매화 아니고 누가 있겠느냐는 자문에 이은 자답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한자와 어구

梅花: 매화. 如雪: (매화가) 눈 같다. 雪如梅: 눈이 매화 같다. 白雪: 백설. 前頭: 앞에 몰아닥치다. 梅正開: 매화가 피다. // 知是: 바로 이것이. 乾坤: 건곤. 하늘 아래. 一淸氣: 한 맑은 기운. 也須: 모름지기. 踏雪: 눈을 밟다. 看梅來: ‘매화를 보러 오라’는 청유형 내지는 권유형.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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