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문화살롱]한종완 교수가 바라 본 스토리텔링과 대중문화 스토리텔링 더한 콘텐츠, 융·복합 시대 ‘문화 강국’ 초석 ‘손오공’ 설화, ‘드레곤 볼 Z’ 등 영화·애니메이션·드라마 제작 성공 사례 ‘K 스토리텔링’…다양한 산업 전반 무한한 부가가치 창출 미래 핵심 자원

2021년 10월 13일(수) 19:22

한종완(사진 오른쪽)교수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필자.

문화를 넓은 의미로 바라보자면 인간이 살아온 생활양식을 총칭한다. 소극적, 비판적 견지로 문화를 언급한다면 ART(기술) 즉, 예술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이 탄생해 지금까지 만들어 온 문화 소산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상업화한 것을 문화콘텐츠라 일컫는다.

한종완 조선대 문화학과 교수는 이러한 문화콘텐츠야말로 융·복합이 화두인 21세기 현재, 다양한 모습으로 재창조되며 엄청난 이익을 창출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영화·드라마·게임·애니메이션·출판·캐릭터 산업 외에도 지역축제·테마파크·관광 휴양도시 건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지배적 역할을 한다.

문화콘텐츠를 모태로 하는 문화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으로 그 부가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이에 각 분야에서도 문화콘텐츠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그에 따른 연구소 및 대학에 관련 학과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우리는 이미 느끼고 있는 바라 전한다.

한교수는 문화콘텐츠는 문화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해 생명력을 얻고, 그 문화는 이른바 스토리텔링을 통해 재탄생되기에, 문화산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의 콘텐츠 소비시장에서 스토리텔링이야말로 선택이 아닌 필수라 이야기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공명을 모시는 사당 무후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한종완 교수.

특히 요즘 가장 주목을 받으며 세계 음반 시장을 이끌어가는 K팝의 대표주자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활동에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LOVE YOURSELF 起承轉結 Series’ 등 주제를 잡고, 그들의 서사를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풀어낸 것 역시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일 예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이 즐겨 사용하는 스토리텔링은, 기존의 문화콘텐츠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재탄생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문화콘텐츠의 성공 사례 중 우리에게 익숙한 ‘손오공’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통 문화콘텐츠로 4대기서 중 하나인 소설 ‘서유기’의 주인공이다. 서양 판타지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반지의 제왕’보다 수백 년 앞선 동양의 판타지가 ‘서유기’이다.

중국 민간에서 전해오는 설화를 명(明)나라 때 문인 오승은(吳承恩)이 완성한 작품으로 고대 신화 ‘목천자전’에 나오는 서방 곤륜산에 대한 중국 전통의 낙원 의식과 불교 전래 이후 형성된 서방 정토(淨土)에 대한 종교적 열망을 결합해 만든 모험담이다.

삼장법사 일행의 ‘서유’(西遊)는 불경을 구하러 떠나는 구법(求法)의 여정인 동시에 불완전한 개체가 ‘참 나’를 발견하여 우주의 원리와 하나가 되고자 추구하는 구도와 여정의 이야기다. 소설에 등장하는 비현실적이고 신화적인 스토리는 잘 짜인 구도와 곳곳에 숨어 있는 모험과 액션, 해학과 풍자, 그리고 권선징악과 자비라는 감성적 요소를 통해 예로부터 남녀노소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누려왔다.

‘서유기’는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영화, 드라마, 예능,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모든 문화콘텐츠에 가장 인기 있는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무덤 곁에 자리한 유비, 관우, 장비 동상.

중국 상징 팬더를 스토리텔링한 디즈니 쿵푸팬더.

국내에서도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 드라마 ‘화유기’,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 ‘마법 천자문’, 일본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Z’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도 매년 끊임없이 제작되는 영화·드라마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게임 등에 활용되는 ‘서유기’ 이야기는 전통 문화콘텐츠의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이라 할 수 있다.

한교수는 리버스토리, 라이브스토리, 러브스토리, 하우스스토리, 페스티발스토리, 스토리케어(이야기치료) 등 이제 스토리텔링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라 주창한다.

모든 산업 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이루는 문화콘텐츠의 힘은 갈수록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스토리텔링은 경제의 먹이 사슬 가운데 문화콘텐츠를 가장 위 단계의 포식자로 등극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스토리텔링이 만드는 문화콘텐츠의 위력은 현재 우리의 삶을 통해 충분히 확인해볼 수 있다. 이제 중국은 오랜 역사, 많은 인구,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구축해온 전통문화와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문화강국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우리 또한 스토리텔링으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되살리고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문화강국으로 나가야 한다.

최철·조선대 문화학과 초빙교수

이제 세상의 문화융합을 선도하는 스토리텔링은 비빔밥과 같이 한데 버무려진 오색의 맛으로 우리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현실이 됐다. 한가지라도 빠지면 어딘지 허전한 세상의 축은 톱니바퀴처럼 서로 의지하고 있다.

세상의 평화와 발전은 다름을 가지고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포용하고 그것을 새롭게 재창조시키는 일이라 할 것이다.

너무 빨리 변해가는 세상에 위안을 주는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를 문화콘텐츠를 통해 바라보는 한종완교수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좋은 세상을 만들려 힘쓰는 이 모습 자체가 후일 하나의 역사로 남아 어려울 때 꺼내 보는 스토리텔링이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Tip. 중국의 4대기서(四大奇書)는 중국 원·명나라 대에 걸쳐 완성된 4편의 장편 소설 ‘삼국지연의’,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를 말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