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철의 캔버스 산책]가을은 지나간 시절을 부른다 |
 | | 신철 作 ‘향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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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이었다. 친구들과의 사연이다. 아마 이 맘 때 쯤이었을거다.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함께 했던 풍경이 아직까지 아스라이 남아있다. 아침 일찍 남광주역에 모였다. 그리고는 남평까지 철둑길을 따라 걸어갔었다. 남평에 있던 친구 집에서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청명했던 어느 가을 날의 하루를 즐겁게 보냈던 정경이 또렷이 뇌리에 새겨져 있다. 주머니마다 거기서 딴 감을 두둑하게 넣어 먹으면서 되돌아 왔었다. 물론 다시 철둑길로 걸어서였다. 왜 그날이 각인돼 아직까지 남아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소중한 날의 기억이 세월이 지나면서 내게서 떠나 버릴까봐 걱정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나온 세월의 어느 순간이 싹둑 잘려 나가 망각의 상자 속에 갇혀버리는 일이 간간이 있다. 그 일이 좋든 좋지 않든 간에, 새롭게 힘을 내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가을은 그렇게 애잔한 추억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간다. 그러고는 현재를 감사하게 하는 시간들을 가만히 선물한다. 오늘도 그런 선물같은 시간이다. 마음껏 만끽하며 한유하려 한다. 주변의 모든 것들을 귀히 여기며…. (양평에서 화가 신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