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독점지배 정치구조, 어찌할 것인가 / 임우진 |
| 2021년 10월 17일(일) 18: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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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는 영·호남을 각각 독점지배하는 양당체제를 30여 년간 지속해오면서 지역사회에 많은 폐해를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거대양당은 지역의 희생 아래 독점권력을 유지하는 손쉬운 정치를 개혁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지역민들은 독점지배의 폐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무조건적 지지로 인해, 지역역량은 쇠퇴하고, 중앙정치를 심판하기보다는 과격한 대립갈등을 촉진하는 지원기지가 되어 왔다.
우리의 지역독점 양당체제는 1970년대 박정희의 장기집권 시도와 정치를 주도해온 양김의 대립, 호남의 낙후와 소외의 극복과정, 5·18의 상처치유를 위한 투쟁과정, 영남 기득권을 지키려는 패권적 결속에 따라 더욱 고착되어 왔다. 그리하여 영·호남, 특히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의 지역독점 지배구조는 당분간 크게 변화될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정치권력의 독점지배가 장기화되면 세력이 확대 강화되고, 지역민들은 그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지역사회는 다양성과 비판의식이 약화되게 된다. 그리하여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어 정치와 행정의 비능률과 낭비, 불공정, 부패에 이르게 되고, 지역사회는 다양성과 활력을 잃고 획일화된다. 인간의 권력욕과 불완전성이‘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철칙을 성립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권력의 독점은 지역의 자치역량과 정치적 협상력을 약화시켜 지역의 성숙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그리하여 명실상부한 선진국을 지향해야 하는 지금, 정치의 지역분할 독점지배체제는 정치와 지역·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최대의 걸림돌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영·호남 지역사회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그동안처럼 똘똘 뭉쳐 지역 지배정당을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독점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 경쟁을 도입할 것인가? 필자는 이제는 영·호남 양 지역 모두 과거의 독재정부가 조장한 지역감정과 양김 경쟁시대의 프레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할 때라고 본다. 학자들은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은 이념적으로 별 차이가 없는 보수에 속한다고 한다. 또한 3번이나 호남이 주도하여 원하는 대통령을 뽑고 진보정부를 세워 그동안의 소외의 한을 풀기도 했다. 5·18과 관련, 남아있는 과제들도 이제는 새로운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과거에 얽매여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지 못한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양 지역 모두 지역의 정치적 독점체제가 지역의 낙후와 쇠퇴의 최대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지역의 정치적 독점지배의 폐해를 직시하고 지역의 역량강화를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제는 영·호남 각 지역을 위하고, 그 지역의 지배정당을 위하고, 대한민국을 위해서 경쟁적 정치구조를 인위적으로 적극 육성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러면 지역사회의 정치적 독점지배체제의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물론 이러한 개혁은 제도개선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고, 그동안 중대선거구제, 석패율제, 연동형비례대표제, 지역정당제 등 수 많은 방안들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거대양당이 지배하는 정치권은 이를 외면해 왔다. 또한 지역민들이 독점지배의 폐해를 깨닫고 다양한 선택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정치권의 제도개선이든 지역민의 선거혁명이든 지역민이 각성하지 않고는 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지역의 정치적 독점지배의 폐해를 자각하게 하는 다양한 계몽적 노력이 정치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계몽 또는 문제제기 노력을 살펴보면 영·호남 지역간에도 큰 차이가 있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호남지역은 영남지역과 비교하여 지역의 정치적 독점지배 구조의 개선과 관련한 활동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우리지역은 정치적 독점의 폐해가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폐해가 있어도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인가. 필자는 이러한 상황이야말로 우리 지역의 많은 문제들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남지방의 경우 지역의 정치적 독점지배체제에 대한 지역사회적 논의가 그런대로 활발한 편이다. 인터넷포탈을 검색해보면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언론인, 지식인, 정치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설, 기사, 기고, 성명 등 다양한 형태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적 노력이 부산 경남을 경쟁적 정치구도로 변화시켰다고 봐도 될 것이다. 또한 영남지역에서의 정치적 독점지배의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은 더불어민주당 지역책임자, 선거입후보자들에 의해서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 광주 전남지역은 지역의 일당 독점지배의 문제점이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 지역사회의 현주소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자성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