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을 여는 詩] 건강검진 / 김제현 |
| 2021년 10월 17일(일) 18: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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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67㎝ 체중 64㎏
시력은 좌우 0.7 청력은 좌우 정상
늘 궁금하던 영혼의 무게를 달아 본다
아무런 숫자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도 내 머리 속엔 영혼이 없나 보다
(시집 ‘시간’, 고요아침, 2021)
[시의 눈]
운동하기 좋은 가을입니다. 헌데, 한낮 기온이 30도 사이를 오가는군요. 비도 잦아 습도 또한 높습니다. 코로나에, 일교차에, 유행할 인플루엔자에 걱정입니다. 참, 그러고 보니 검진을 받을 시기이군요. 이게 무슨 김장철 걱정거리라도 되듯 잘도 돌아옵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곧 대상자가 몰리니 앞당겨 받으라는 문자를 보내옵니다. 검진 후 얼마간은 좌불안석이지요. ‘혹여’, ‘설마’하다가 ‘정상’이라면 숨을 돌리기도 합니다. 정상통보를 자랑하며 참던 술 담배를 입에 대는 이도 있습니다. 화자는 궁금하던 차 영혼을 곧 달아봅니다. 헌데 아무런 숫자가 없다고 풍자하지요. 영혼이 어디 갔을까요. 사람들은 종종 건망증으로 영혼이 비워져간다며 제 위기를 말합니다. 소파 위 잊어먹은 리모컨을 냉장고에서 발견하는 것 말고, 냉동실에서 며느리가 발견해 고등어인 줄 알고 튀길 뻔 했다는 그 치매를 의심하는 것이지요. 영혼을 잃으면 나만 고생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 싫지만 날아갈까 그걸 지키지요. 나도 아침 산을 오르며 영혼을 움켜쥡니다. 산 아래는 지팡이를 뻗치며 백수(白首)들이 공원을 걷고 있군요. 찬바람이 붑니다. 모자챙을 당깁니다. 저기 올라오는 사람도 영혼을 지키려는지 웅크린 몸으로 긴 스틱을 정성스레 내딛습니다 그려.
김제현 시인은 전남 장흥에서 나, 경기대 국문과 교수를 지냈습니다. 196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와 1963년 ‘현대문학’ 천료로 등단했습니다. 시집 ‘동토’(1966), ‘무상의 별빛’(2007), ‘우물 안 개구리’(2010), ‘풍경’(2013) 등을 펴냈습니다. 그는 시조에 대해 오래 강의해 왔으며, 주로 형이상학적 주제에 대한 사색과 통찰이 깊은 순수 우리 시를 추구하는 원로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