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주기 여순사건 추모행사가 더 각별한 이유

2021년 10월 20일(수) 19:30

여수·순천 10·19사건 73주년 합동위령제 및 추념식은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국회에서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돼 국무총리 소속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위원회의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맞은 올해 행사는 시민과 관련 단체의 높은 관심 속에 치러졌다.

제주4·3과 함께 해방 이후 국가 폭력에 의한 대표적 대규모 민간인 희생사건으로 그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특별법안은 제16대 국회 이후 수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가 제21대 국회에서야 여야 정치권의 대승적인 협조와 도민의 간절한 열망에 힘입어 결실을 봤다.

어느 해보다 더 각별한 의미를 갖는 추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으나, 김부겸 국무총리가 영상으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풀어내지 못한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내년 출범하는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위를 중심으로 온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해 위로가 됐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유족 지원과 추모사업의 내실있고 체계적인 추진을 통해 억울함을 해소하고, 전 국민의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했다.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특별법 제정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완전한 명예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특히, 내년 정부 예산안에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문제부터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보수세력에 의한 왜곡·폄훼 시도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세부 시행령 마련 등 후속대책을 철저하게 수립하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통한의 세월, 70여년이 무수하게 흘렀다.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잔혹한 폭력의 역사는 바로잡아야 한다. 과거의 일로 치부돼선 안된다. 잘못을 인정하고 진실을 밝히며 그에 따른 배상까지 속도를 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인권과 정의를 세우는 작업이다. 또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한 이정표이기도 하다. 결코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