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광주에 살고 싶습니까? / 정순애 |
| 2021년 10월 20일(수) 1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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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곳을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살기 좋은 곳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그럼 광주시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일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러지 못한 것 같다. 수도권의 직장인에게 연봉을 더 준다고 해도 광주로 발령받는 것을 모두들 거부한다고 한다. 특히 젊은 직원들에게서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노잼도시 광주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노잼’은 재미가 없다는 뜻의 신조어로 광주는 재미가 없는 도시라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놀 거리가 타 도시에 비해 적고 유명한 관광지나 특산물이 많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0년 국민 여행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여행 방문지에서 광주는 1.3%에 그쳐 세종(1.1%)에 이어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 놀거리·볼거리·즐길거리 없다 -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음에도 타인의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처럼 광주는 정체된 채 ‘벼락낙후’되고 있다. 광주는 23년 전 신세계백화점, 유스퀘어와 터미널을 만들었던 시대에 멈춰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23년간 다른 광역시들은 코스트코, 이케아,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등 새로운 쇼핑몰들과 랜드마크급 건물 및 호텔들이 들어섰지만 광주는 전혀 변화가 없다. 광주시가 거부했던 신세계백화점 증축도 대전으로 넘어가 대전 아트 앤 사이언스 점이 문을 열자 대전 시민들은 벌써부터 ‘노잼도시 대전’의 탈을 벗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 부산 롯데월드 매직 포레스트, 춘천 레고랜드, 화성 국제테마파크 등 타 지역은 상업시설과 호텔 등이 어우러져 있는 복합관광단지를 개발하고 있지만 광주 어등산 개발은 10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광주 소매 소비의 35%가 광주·전남 밖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놀거리·볼거리·즐길거리는 ‘도시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지만 지역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시민들의 욕구를 해소해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노잼’ 도시이미지 대전환 시급-
국민들이 느끼는 광주의 가장 큰 이미지는 무거움이라고 한다. 5·18 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만들어 낸 광주의 자랑거리이다.
하지만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아픔과 슬픔 때문에 광주는 밝고 활기찬 이미지가 아닌 무거운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광주시가 관광재단까지 설립해 가면서 예술관광도시의 이미지로 탈바꿈을 꾀하고 있지만 현실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문화 향유 기회가 많이 부족하고 광주의 이미지 변화도 미비하다.
물론 광주시가 5·18민주화운동을 중심으로 한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노잼도시를 관광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이지 시민들의 삶의 질 측면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무거운 이미지의 광주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고, 이는 광주를 등지고 다른 도시로 떠나가는 요인이 되고 있다.
‘광주다움’이란 무엇일까? 문화도시, 인권도시, 예향, 의향, 미향 등 광주가 가지고 있는 내재화 된 가치를 말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광주다움이 실질적인 광주의 변화나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도시, 시민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광주다움은 기본적으로 내재한 채, 외부에 투영될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하다.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도시이미지를 내세워 사람들을 광주로 오게 만들 수 있는 밝고 긍정적 에너지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긍정에너지로 사람들이 찾고 싶고,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자녀들이 광주에 살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광주를 변화시켜 나가야 할 때이다. 광주시는 멈춰있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광주를 변화시켜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