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순의 '문화터치']지역 청년예술가 육성이 K컬처의 자양분 광주문화재단 문화융합본부장 |
| 2021년 10월 21일(목) 1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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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영화제작팀인 ‘물로켓단’은 워크숍 첫들머리에서 지역에서 영화만들기가 참으로 힘들다고 토해낸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제작이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지역 특히 광주에서의 영화관련 일은 사막에서 물을 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힘들고 고단하다. 그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웬만한 이는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단체는 지난 해 광주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단편영화를 제작했고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모 영화제에서 수상한 실적이 있다. 예술적 역량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막막하다. 이게 지역에서의 청년예술가들이 처한 상황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단편영화 제작을 돕는 안정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영화제작의 기반이 약한 지역실정 때문에 오롯이 영화제작 일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 하여 알바를 전전하다 보면 정작 하고 싶은 영화제작은 저만큼 물러가 있단다. 영화제작 지원 공모사업이 있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이게 영화제작에 국한된 일만은 아닐 터다. 지역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청년 예술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가슴앓이일 거다.
워크숍이 있기 전날 개최된 본 행사, 아시아문화포럼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세션별 연관성이 긴밀하지 못했다는 따끔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포럼의 구성은 주제세션 ‘K컬처, 전복과 재배치’ 제1세션 ‘한류문화의 두 얼굴’ 제2세션 ‘탈경계시대, 도시와 청년문화’ 제3세션 ‘아시아의 청년, 문화의 경계를 넘다’였다. 준비단계에서 다방면으로 고찰했으나 이들의 유기적인 관계와 맥락은 한계가 있었다. K컬처의 강력한 공세를 아시아적 관점에서 들여다 본 후 G컬처의 K컬처로 발전을 도모하고 이를 최전선에서 행해줄 청년예술인들활동을 고찰하고자 한 것이었다. 나름 맥락을 잇고자 했으나 K컬처라는 큰 물결 속을 헤집다가 갑자기 지역 청년 예술인들로 여러 단계 툭 떨어지는 느낌이었나 보다. 사실이 그랬다. 비교적 큰 담론이었다가 너무나 소소한 지역이야기로 좁혀지면서 괴리감이 컸을 수 있다. 그만큼 지역 청년예술인들이 처한 현실이 고되고 막막함이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전 세계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오징어게임’이니 BTS의 활약이니 하며 K컬처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세다. 단군 이래 한반도가 이처럼 급부상했던 적이 없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의 경사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광주시와 아시아문화전당, 그리고 광주문화재단이 2021아시아문화포럼의 주제로 ‘K컬처와 아시아의 청년’을 정한 것도 그같은 이유에서다. 무조건 좋은 것만을 조명하지 않았다. K컬처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다면적으로 고찰했다. 그동안 거대담론으로 아시아문화포럼을 이끌었던 거와는 사뭇 다르게 현실을 그대로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포럼의 앞단에 특별대담으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김보람예술감독을 홍석경 서울대교수가 영상인터뷰로 처리한 것도 현장의 목소리를 여과없이 듣고자 했던 취지에서였다. 반응이 뜨거웠다. 이날치밴드와의 작업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김보람감독의 예술가적 면모 못지 않게 자연인으로서의 맨 얼굴도 만날 수 있어서였다.
글로컬 시대 K컬처는 지역 청년 예술인들이 만들어가는 콘텐츠로 채워져야 한다. 이걸 가지고 전 세계의 지역과 지역을, 세계 각 지역의 청년과 청년을 연결해 창의적 용광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지역 청년예술가의 활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저절로 그들이 활동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청년예술가에 대한 육성과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서울 중심의 K컬처, 대형기획사의 결과물들로서의 K컬처만이 승승장구하게 될 것이다. K컬처의 생명력을 오래오래 유지하려면 지역의 문화예술이 기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문화예술이 K컬처로 자리잡아 나가기 위해선 청년예술가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