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설 몇 마디 - 박덕은 문화평론가 |
| 2021년 11월 08일(월) 19:13 |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마음의 별이 되어 스스로 꽃가루 뿌리며 밤하늘 등대로 살고 싶어한다. 초대받아 은하수 건너가는 조각배의 주인공이 되는 걸 행복으로 여긴다. 한밤중에는 황홀한 감정 억누르기 위해 높은음자리 마침표를 그리기도 한다. 때론 초승달 속에 새겨두고 높이 승천하는 별로 살고 싶어한다. 세상살이, 숙명 등을 모두 제치고 창작의 문 열고 나가, 마음 안에 쏟아지는 영혼의 별을 붙들고 살아가길 바란다. 맑고 고운 심성, 그 속에서 피어나는 시심, 특히 창작의 세계, 그 향기와 그 순수를 귀히 여기며 살고 싶어하는 시적 화자, 그 소망이 우리 독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을 조용히 제시해 주는 듯하여, 마음이 숙연해진다.
▶시 ‘산골 처녀’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그야말로 순수 그 자체다. 햇병아리가 봄을 부르고 산내음이 산골에 꼬까옷 입힐 때, 시적 화자는 진달래꽃 따다 부침개 부치며, 밭일 나간 엄마를 기다린다. 더불어 그리운 님도 기다린다. 하지만, 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와도 님은 오지 않는다. 그리움에 물들어 부푼 시적 화자, 이 산골 처녀의 가슴은 쓸쓸하다. 잃어버린 그 가을을 기다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그 가을은 이미 시적 화자의 가슴에 담겨져 아예 한몸 되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시인데, 왜 이리 서글픈 걸까. 시심 속에 또 하나의 시심이 들어앉아, 가슴을 울컥하게 해주고 있다. 섬세한 감성의 미적 가치를 선물해 주는 이런 시가 있어, 행복하다.
▶ 시 ‘약속’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그때 스쳐 지나가는 상념을 시적 형상화 해놓고 있다. 고향이 아니라서 떠나온 적이 없다 한다. 가슴 아픈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까닭 없이 눈물이 흐른다. 본래 하나였다가 잘려 나가 절반이 되어 버려서일까, 오늘따라 그 절반이 그립다. 그림을 감상하는 내내 펼쳐지는 자연과 안타까움 속의 절절함이 시적 화자의 가슴을 무겁게 하고 있다. 전시회 관람 중에도 치열한 삶의 인식, 자신의 존재 이유, 그 가치까지 탐구하는 자세가 독자의 마음을 엄숙하게 만든다. 다시 한번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뒤돌아보게 하는 시심이 우리를 한결 우아하게 곧추세워 준다. 시가 이렇듯, 인간 감성의 세계를 올곧게 안내하고 나아갈 방향의 깃발을 흔들어 줘서 고맙다.
▶수필 ‘친구 이야기’
이 수필에서 서술자는 오래된 초등학교 동창생을 관찰하며 그의 소식을 듣고 있다. 친구는 숫기가 없고 심부름도 제대로 못 하고, 두 손은 늘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소년이었다. 친구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둘은 헤어진다. 어언 30여 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동창회에 간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던 그 친구는 오지 않았지만 동창회를 통해 그 친구의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서술자는 남편과 사별한다. 다행히 친구와 친구 아내의 따스한 배려로 친구가 사는 도시로 이사한다. 이후 함께 산책도 하고 같이 식사도 한다. 하루는 문학관, 명승지, 초등학교를 두루 둘러보고 돌아오다 사색에 잠긴다. 그러면서 자상한 친구의 배려에 감동 반 부러움 반을 느낀다. 친구는 대가족의 가장답게 살아왔다. 그런 친구가 서술자에게는 버팀목 같은 존재로 자리한다. 친구 아내의 생일 파티에 초대된 서술자, 서로의 배려에 마음 편한 친구 사이가 된다. 묵을수록 깊은 맛을 내는 우정, 그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