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삶 없는 청년정치의 공허함 / 임명규
2021년 11월 08일(월) 19:38
임명규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최근 지역의 30대 정치인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지방의원으로 지난 4년간 나름대로 바쁜 의정활동을 해 온 사람이다. 광주에서 2030세대의 정치인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하다. 모든 것이 처음인 이 정치인이 겪었을 지난 4년은 어땠을까? 어디를 가든 이런저런 학연과 지연으로 늘 후배였을 테고, 노회한 정치인 틈 사이에서 부족한 자원을 한탄하며 고군분투 했을 것이다. 그뿐인가? 영민하고 능수능란한 공무원의 언변과 복잡한 행정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진땀을 뺐을 것이다.

‘의회에서 청년 대표성’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 대표성은 조사대상 국가인 147개국 중 143위로 하위를 기록했다(IPU 2018). 지난 2018년 7회 지방선거 결과를 보자. 2030세대 의원은 광역의회 46명. 기초의회에서는 192명이었다. 40세 이하 청년 의원은 광역의회 5.6%, 기초의회 6.6%이다.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하는 지역의 청년 정치인은 희귀종에 가깝다. 그러나 지방의회는 조금 나은 편이다. 2020년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2030세대 국회의원은 지역구 6명, 비례 7명으로 300명 중에 13명(4.3%)이다. 정치 공간에서 청년의 목소리는 배제되어 있다. 당연하게도 그 빈자리를 40대 이상의 정치인, 특히 50대 이상의 남성 정치인이 차지하면서 민심을 과대대표(over-representation)하고 있다.

올해 30대 정치인 이준석의 당대표 당선과 대선을 기점으로 ‘청년정치론’이 집중적으로 조명 받고 있다. 지난 주 국민의힘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2030세대의 강한 지지를 기반으로 1위인 윤석열 후보를 맹추격하면서 2030세대가 대선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유권자 집단으로 떠올랐다. 거대 양당은 이 청년세대의 마음을 얻고자 많은 청년 공약과 각종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청년정치의 내용은 무엇인가?

청년정치론에는 맥락에 따라 세 가지 층위를 갖는다. ①청년 정치인의 양적 증가와 이를 위한 정당 공천제도의 혁신 ②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적, 문화적 변화 ③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 의제화. 현재의 청년정치론은 대체로 ①청년정치인의 양적 확대에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청년할당제나 청년정치발전기금, 청년추천보조금제도 같은 제도가 다시 또 부상하고 있다. 특히 청년할당제는 직업적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청년에게는 가장 당선 가능성 높은 장치이다. 그러나 할당의 덫이 존재한다. 할당의 몫이 1석, 2석으로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실상 희귀생물에 대한 멸종예방책에 가깝다. 또한 겉으로는 청년정치인이 의회에 진출하기 때문에 정치 신인의 의회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장기적 지원과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정당에게 필요한 것은 젊은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더 있다. 당선된 청년정치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체로 사회적, 경제적인 일정한 성공을 이뤘거나 엘리트계층에 속해 있으며 든든한 당내 기반을 가진 기존 정치인의 후광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청년할당임에도 청년 대표성과는 멀어지고 기존 당내 권력구조의 말단에 위치하면서 기성 정치인의 줄 세우기에 휘둘린다. 그래서 청년정치론은 ②가 함께 거론된다. 이것은 정당 자체의 시스템의 변화에 주목한다.

많은 청년들의 정치참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당의 노력과 촌스러운 정치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의 당원가입과 투표율은 더 높아져야 한다. 청년 당원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청년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당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미 청년들은 준비되어 있다.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투표율의 변화를 살펴보면 20대 투표율은 높아지고 있으며 다른 세대와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특히 2012년 19대 총선을 기점으로 그리고 세월호사건과 천안함사건, 2017년 촛불을 통해 청년의 정당가입과 정치활동은 늘어나고 있다(윤지소·권수현 2020). 다만, 기존 정당이 준비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당 입장에서는 청년당원을 키우기보다는 외부에서 영입하거나 청년이라는 ‘상징’을 활용하는 것이 당장 이익이다. 국민의힘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전략적 마케팅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정치인은 당대표와 대선후보의 ‘뒤’를 따라다니지만, 국민의힘은 청년 당대표가 대선 판도를 ‘기획’하고 있다. 청년세대로서는 자신의 정치적 효능감을 확실히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위에서 말한 청년정치론의 ③, 즉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보면 된다.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 재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의 당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청년정치론은 ③청년세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청년할당제로 의회에 진출한 청년정치인이 자기 세대의 문제를 회피하거나(①), 청년의 높아지는 투표율이 ‘나’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정당에 의해 동원 대상으로 활용되기만 한다면(②), 청년정치론은 공허한 구호로 끝날 수밖에 없으며 모두에게 빠른 피로감과 낮은 정치적 효능감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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