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호남의병들이시여 / 탁인석 |
| 2021년 11월 09일(화) 19: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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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구한말에는 한일 굴욕협약으로 군대가 해산되고 해산된 군인들이 의병에 가담하면서 의병활동은 더욱 가열차게 전개되기에 이른다. 여기에서 우리는 호남의병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907년 장성의 ‘호남창의회맹소’의 기삼연 의병부대는 숫자는 불과 500명 정도였는데 이들의 봉기로 새로운 의병들이 들불이 번져가듯 여기저기에서 궐기하게 된다. 당황한 일본군은 극력 의병 토벌에 나섰고 광주를 중심에 둔 호남의병들은 굴하지 않고 대항했으나 엄청난 인명피해가 난다. 그들의 일부가 만주와 연해주로 거점을 옮기지만 그럼에도 1909년쯤에는 삼남지방 특히 지리산과 전라도 해안지역의 의병이 전국의 의병전선을 규모 면에서 압도하기에 이른다.
박은식은 자신의 저서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서 ‘전라도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던 의병운동을 특기하고 있다. 그러나 훗날 우리에게 당시의 의병운동은 치열하고 줄기찼던 전황만 전해질 뿐 이것과 관련한 유적은 찾는 것조차 용이하지가 않았다. 문제는 왜 호남에서 의병활동이 그리도 열렬했던가 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근·현대사만 해도 호남은 동학농민혁명, 광주학생의거, 3·15부정 선거규탄과 4·19혁명, 5·18 민주화 운동 등 역사의 고비마다 구국을 향한 저항운동을 전개해 왔다. 구한말에 호남의 의병활동이 전국의 60%정도였는데, 400년 전 임진왜란, 정유재란만 해도 호남의병이 타 지역보다 월등 많았었다. 그 연유는 선비와 의병이 궤를 같이 하는데 국책이던 성리학에 근거하고 있다. 선비는 사회제도 면에서 엘리트그룹이었으며 대과 합격률은 0.07%였을 만큼 선택된 부류였다. 그럼에도 호남의 유생들은 16세기쯤엔 과거 합격률이 높아 호남 선비 탄생의 봇물을 이루었다. 성리학은 의(義)를 제일로 중시하였고 불의에 대한 저항은 순의정신(殉義精神)이 되었다. 명망 높은 유림들이 솔선했기에 후손들이 선조들의 귀한 뜻을 지금도 추앙하고 있다.
문제는 호남의병의 이름으로 건립하는 기념관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이다. 전남은 느닷없는 남도의병 역사공원을 추진하면서 ‘남도의병’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가 호남의병 중 3분의 2가 전남출신이라고 강조한다. 그 장소를 나주로 정한다면 장성은 더 서운한 곳이다. 광주를 중심으로는 김덕령, 김천일, 고경명, 최경회, 대표적 의병장이 있었고, 구한말에는 김태원, 김율 형제, 조경환 의병장 등이 어등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전국의 의병운동을 주도하면서 최후를 맞았다하여 어등산에 호남의병 기념관을 별도 추진하고 있다. 양쪽의 의병기념관 추진을 두고 적지 않게 당황한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호남의병’이면 될 것을 광주의병과 전남의병을 나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기념관을 세우는 본연의 뜻도 이 같은 차원에서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중앙정부도 개념 없이 예산만을 내려 보내지 말고 지방정부 또한 예산쓰기에 경쟁한다는 인상을 줘서도 안 될 일이다. 행정 편의가 광주전남을 분리했다지만 두 지역은 그 뿌리가 각각일 수 없어서 나주혁신도시를 공동체로 만든 것이나 광주전남연구원이나 호남학진흥원의 합작 운영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처럼 기관운영도 합작으로 가는데 ‘호남의병기념관’이면 될 것을 별도로 건립하겠다니 이는 두 지역을 함께 죽이는 일이다. 기념관 건립의 장소나 예산의 집행 등을 대승적으로 펼친다면 ‘호남의병기념관’은 이를 염원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을 것이다. 이에 대한 접근 방법은 의병기록에서부터 지역의병의 유적지 관리까지 디지털화를 활용하면 그 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아. 호남의병들이시여, 고결한 의병들이시여. 산화한 영령들이시어. 외롭지않게 함께 계시도록 모시겠습니다.
호남의병기념관은 광주 전남 두 지역이 일원화하여 호남 최대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할 때 대규모 관광 일번지로 떠오를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