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빈집 활용, 실태조사가 우선이다 / 홍영아

2021년 11월 29일(월) 19:19

홍영아 한국국토정보공사 곡성구례지사장

도시 변두리 건물에 유리창 하나가 깨진 집이 있었다. 행인들이 버려진 집으로 생각하고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을 다 깨뜨렸다. 그러자 인근의 빈집과 건물들의 유리창이 파손되고 벽들은 페인트 낙서로 뒤덮였다. 이처럼 작은 무질서를 방치하면 더 큰 사고와 심각한 범죄로 번진다는 게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다. 실제로 범죄 도시로 악명이 높았던 뉴욕은 이 논리에 따라 범죄를 줄이고자 낙서부터 지웠다. 신호위반, 쓰레기 무단투기 등 경범죄도 단속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제로 범죄 증가율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빈집 쇼크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잘 적용되는 이슈다. 법적으로 빈집은 1년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말한다. 한국사회의 빈집은 불편한 진실 중 하나다. 어느 지역은 ‘영끌’매수로 시끄럽고, 어느 지역은 방치된 빈집으로 골머리다. 통상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지만 부동산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입지에 따라 가격 널뛰기가 심하다. 도심 내에서도 원도심과 신도심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빈집을 내버려둘 수도 없다. 그 지역의 부동산 가치 하락, 화재, 슬럼화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대응책은 빈집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특히 빈집은 도시 관리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도시재생의 대상이다. 그러기 위해선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먼저 빈집 쇼크를 경험한 일본은 빈집이 급증하자 ‘빈집대책특별조치법’을 만들었다. 등록면허세·취득세 등을 낮춰 민간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빈집은행을 만들어 매칭서비스도 적극 해주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이런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가 빈집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법’, ‘빈집 및 소규모 정비에 관한 특례법’, ‘농어촌정비법’등을 마련하여 빈집 활용을 위한 기반을 구축 중이다. 이에 따라 농촌 빈집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한편 효율적인 빈집 활용 모형을 만들고 있다.

‘빈집 실태조사 대행기관’으로 지정된 LX한국국토정보공사도 2018년부터 빈집을 조사했다. 전국 12개 지역본부, 169개 지사의 현장인력들이 빈집을 직접 방문해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신뢰도를 높였다. 또 빈집정보시스템 ‘공가랑’을 만들어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수료 없는 빈집 거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빈집에 관해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빈집의 공간 분포, 빈집의 발생원인 등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를 구축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높다. 실제로 전라남도 곡성군의 경우 지난해부터 연속 2년 간 선도적으로 전남 지역 최초로 빈집실태조사를 진행했고, 이 자료를 지자체 관련 부서에 제공하여 빈집 철거 사업 등에 활용하고 있다.

집은 재활용이 가능한 문화유산이다. 빈집은 활용 여부에 따라 훌륭한 주거 공간과 창의적 창작 공간으로, 젊은 귀농인들에게 도전할 가치가 있는 사업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어서다. 최근에는 자치단체가 MZ세대들을 대상으로 공유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귀농·귀촌 체험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로 근무무형태가 유연화 되면서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듀얼 라이프 스타일을 선호함에 따라 빈집에서 귀농 귀촌을 체험하는 트렌드와 맞아떨어지고 있다. 제2의 생활 거점을 꿈꾸는 미래 세대들을 위해서도 지자체의 빈집 활용은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연계하여 주택 공급 확대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LX공사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토대로 빈집 쇼크 해결에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