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의웅의 캔버스 산책]작은 마음
2021년 12월 05일(일) 19:06
노의웅 作 ‘진실한 사랑’
나는 아직 이름 없는 화가다. 하늘 꼭대기에 닿도록 가파른 서방 산 마을에서 양부모, 자녀 5명, 나의 부부 2명 등 총 아홉 명이 꿈을 일구며 옹기종기 살았었다. 나의 작은 봉급으로 ‘알량한’(?) 그림을 그린답시고 붓을 들고 즐거워했다. 대신 식구들의 의식주 해결에 힘이 부쳤고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아무리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데 소홀함이 없었다. 오직 그림이 인생의 전부였다. 교사가 작은 봉급으로 가족을 부양하며 작가로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산다는 것은 전쟁이었다. 자신과의 전쟁이고 세상과의 전쟁이었다. 고단한 삶의 연속이었다.

삶이 버거웠다.

지칠 대로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언젠가 지치고 힘든 내게 희망을 전해 주는 이가 있었다. 햇빛이 꽃잎처럼 투명하게 비추는 희망의 순간이었다. 친구 윤모였다. 그는 따뜻한 사랑을 내게 슬며시 전해 주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 후 고민이 생겼다. 내가 줄 것이라곤 없었다. 단지 그 큰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오로지 마음 뿐이었다. 내가 받은 게 큰 마음이라면 나는 작은 마음이었다.

2000년 가을, 마음먹고 일을 벌였다. 내가 받은 사랑을 이 세상에 흩뿌린다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 개인전을 열어 작품을 1백원에 판매하는 ‘보은전’을 신세계갤러리에서 열었다. 그리고 친구 윤모에게 그 작은 마음을 보냈었다. 매우 기분이 좋았다. 세상을 날 듯이 기뻤다. 보잘 것 없는 작은 거였지만 주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임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세상은 살만한 거라고 스스로에게 외치고 있었다.

<양과동에서 화가이자 노의웅미술관장, 노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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