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자의 본(本)을 보인 금양군 오겸(吳謙) / 오수열 |
| 2021년 12월 05일(일) 1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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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처럼 투표일이 가까워 오는데도 후보 간의 정책대결은 부각되지 않은 채 두 후보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여론이 높아져만 가고 있으니 이는 아무래도 정상적인 현상이 아님에 틀림없다.
과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두 후보의 도덕성(道德性)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되지 있지 않을까 싶다. 국제무대에서는 대통령의 품격(品格)이 나라의 품격을 결정하는 잣대가 될 수 있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민을 단결시킬 수도, 분열 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후보 및 그 가족의 도덕성은 대선에서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때에 전제군주체제로 국왕(國王)에 대한 복종이 절대적이었던 조선조(朝鮮朝) 500여 년 동안 청렴하고 백성(百姓)을 위해 헌신했던 관리들이 적지 않았던 것은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우리 광주의 광산(光山) 출신인 금양군(錦陽君) 오겸(吳謙)이다. 오겸은 1496년(燕山君 2年)에 태어나 1582년(宣祖 15年)에 사망할 때까지 50여 년을 관직에 있는 동안 청렴한 공직자로 일관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망시 남긴 유서(遺書)를 통해서도 자손들에게 인륜지도(人倫之道)와 근검·절약을 강조하였다.
최근 한국학호남진흥원과 광산문화원이 공동으로 그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는데 그가 남긴 유서에 공직자로서의 본(本)이 될 만한 내용이 많아 참석자들에게 적지 않는 감동을 주었다.
관직이 우의정(右議政)에 이르렀고, 임금으로부터 금양군에 봉하여진 사람으로 그의 장례(葬禮)에 대한 당부는 가히 감동적이다. 요약해 본다.
“①나는 못났고 재주도 없고, 덕도 없고, 관직(官職)도 분수에 넘치고 나이도 많으니 보통사람처럼 예(禮)에 따라 후하게 하지 말라. ②나 죽은 뒤 초상은 검약하게 하라. ③산소가 가까우면 노제도 하지 말라. ④시묘살이도 하지 말라.” 이 얼마나 겸손하고 자손들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태도인가!
그의 유서에는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귀감이 될 내용이 많다. ①무당을 불러와 제사를 지내지 말라. ②풍수지리설에 따라 묘지를 쓰지 말라. ③내 평생은 내세울 만한 것이 없으니 나라에 시호(諡號)를 청하지 말고, 비석도 세우지 말고 약식으로 표석만 세우는 것으로 그쳐라.
이 뿐만이 아니다. 그의 당부는 제사 모시는 것에 대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①제사는 오직 마음을 다하여 정결하면 되는 것으로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술과 음식을 풍성하게 하지 말라. ②정성을 다할 뿐 풍악을 울리고 술에 취해 주정부려서는 안 된다.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공직자로서가 아니라 자녀들이 남의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한 아비로서의 충정(衷情)이 느껴지기 까지 한다.
우리는 흔히 공직자의 모범적 교과서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목민심서(牧民心書)를 꼽는다. 그러나 오겸이 조선 중기(中期) 인물이고 정약용이 조선 후기(後期) 사람이란 것을 감안한다면 오겸과 같은 사람들의 사상과 행적이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녹아들었다고 보는 것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것이 곧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우리지역에도 이처럼 훌륭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 적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들을 발굴하고 재조명함으로써 우리 지역의 역사적 향기를 꽃피우는 것 또한 정책은 실종되고 후보들의 리스크가 높아져 가는 대선 정국에서 정치발전을 위해 우리들이 해야 할 과제이자 사명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