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을 여는 詩] 캣맘 / 이동희 |
| 2021년 12월 05일(일) 1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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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에게 과자나 달걀 주지 마세요
냥이 충치 생겨요
전용 식사만, 아시죠?
벤치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한 노인 ;
쳇, 나도 고양이로 살 걸…!
(시집 ‘쓸쓸한 은유’, 바밀리온, 2021)
[시의 눈]
세 길냥이가 180평 아파트의 저층에 산지는 3년 쯤 되지요. 나는 30평에 살지만 냥이는 ‘30평×6라인’이니 우리 보다 여섯 배나 큰 집에 사는 셈이군요. 생각해 보니, 이름에 ‘길’자도 빼야 할 것 같아요. 냥이니까요. 207동 멋쟁이 할머니는 비 걱정 눈 걱정에 골목에서 온 냥이를 아파트 지하에 한 살림 차려줬습니다. 매 끼니마다 할머닌 고기를 썰어 이쁜 도자기 접시에 담아다 줍니다. 입구엔 초록 카페트도 깔아주었습니다. 밥과 물도 시간을 정해 따로 주지요. 공원에 드나드는 냥이라고 아무거나 주면 안 돼요. 충치나 병이 생기면 그 책임을 물으려 CCTV를 작동시켜 놓았다니까요. 노숙자의 ‘路’자가 길을 뜻하듯, 노인은 그냥 늙은이가 아닌 ‘路人’, 그러니까 길가는 나그네일 뿐이지요. 그런 이들에게나 붙일 ‘길’자를 냥이에게 붙이다니, 이만저만한 비하가 아니군요. 호적에도 없으니 ‘길’자도 그만 삭제하세요. 신선한 게 아니라면 제발 주지 말아요. 허, 시 속의 노친네처럼 ‘캣맘’이 부럽다고요? 냥이를 노인과 비교하다니 너무하군요 흑. 아니 거 좀, 조용히 해요! 냥이가 창틀에 기대 해바라기를 하잖아요. 그래, 얼른 빨래대를 치워줍니다. 아니 마르지도 않은 빨랜데 왜 그래요? 쉿, 우리 디오게네스께서 일광욕하러 나오셨다니깐요. 이동희 시인은 전주에서 나, 1985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시집 ‘빛 더듬이’(1987), ‘벤자민은 클래식을 좋아해’(2005) 등을 냈습니다. 그는 사물의 명명에 깃든 사유를 깊은 명상에 의해 찾아내어 그 원래의 싹을 틔우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