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방을 추억하자 / 천득염
2021년 12월 08일(수) 16:41
천득염 한국학호남진흥원장
광주사람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고 싶은 공간은 어디일까? 충장로, 사직공원, 무등산, 조선대학, 팔각정, 양림동, 대인시장 등 당연히 아주 많을 것이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충장로를 작심하고 걸었다. 구 도청에서 YMCA를 거쳐 궁전제과를 지나 충장 우체국(소위 우다방)에 이르니 문득 대학시절이 생각났다. 나이든 광주사람들이라면 누군가를 편히 기다리고 반가이 만났던 설레이는 추억을 간직할 것이다. 추억의 우다방이 거의 예전 모습 그대로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더 걸어서 옛 학생회관을 보니 전혀 다른 기능의 건물로 바뀌었다. 구 시청건물은 요란하게 높아져 어색한 형태로 변하였다. 그 뒤에 있었던 흥학관의 흔적은 찾을 수도 없다.

광주읍성의 남문과 북문을 연결하는 충장로의 가로와 상가, 겉으로는 호화롭지만 공간의 구조 자체는 예전과 거의 같은 모습이다. 과거 동문과 서문을 연결하는 길은 우다방 앞 길에서 충장로와 교차한다. 일제가 허문 광주읍성의 성문터에는 이를 기억하기 위한 조그만 표식이 있을 뿐이다. 읍성 내의 관아건물은 모두 사라졌는데 다행히 옛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희경루가 다른 위치에 복원 중이다. 이미 사라져 버린 건축들을 이제야 뒷북을 치듯 열거하자면 한이 없겠으나 근대건축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극장, 시립의원, 녹성상회, 우다방, YMCA 등이 남아있어 그나마 위로가 된다.

광주도시공간의 역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도시에 자리하고 있는 근대건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장차 우리는 광주 도시공간을 어떻게 보존하고 꾸밀 것인가?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도심을 걸으면서 스스로 묻는 질문이다.

최소한 무진도독성이 있었던 통일신라시대까지는 중국의 장안과 같은 도로망을 연상시킬 수 있는 가로구성이 있었다. 고려시대엔 지금의 도심에 대황사와 십신사라는 사찰도 있었다. 서울로 가는 길에는 나무가 많아 유림이라고 하였다. 광주천(예전에는 금계라고 함)은 지금보다 훨씬 넓고 곡선형이었다. 광주천 조탄보에서 물을 막아 동계천으로 경양방죽까지 물길을 이어 공급하였다. 그후 태봉산을 헐고 경양방죽을 메꾸어 계림동 시청 터를 조성하였다. 안타깝게도 그 때는 그 대안이 선택되었고 많은 칭찬을 들었다고 한다.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한 현대도시들은 일정한 공간 안에 사람과 건물을 비롯한 엄청난 재화가 모이면서 급격하게 변모하였다. 도시의 발전과 팽창은 끊임없이 도심에서 외곽으로 확장되었고 중심지역에 있던 기존의 전통적 도시환경을 해체시키고 정체성은 소멸되고 말았다. 버리고 치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였다.

그렇다면 도심 주변에서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대상은 무언가? 당연히 근대건축과 그 주변 공간이다. 부산과 인천, 가까이 군산과 목포는 가로에 근대시설이 많다. 광주에서 현재를 사는 우리는 지금까지 겨우 살아남아 있는 의미 있는 건물들을 어찌 할 것인가? 광주에서 볼 수 있는 전통목조건축은 향교나 증심사 밖에 없다. 그래서 근대건축이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양림동의 벽돌조 서양식건축은 특정한 선교, 교육공간에 자리하고 있어서 성격 구별이 쉽다.

그러나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장소적 의미도 큰 도심 공간을 고려하면 당연히 우다방이 갖는 의미는 참으로 크다. 광주읍성의 동서남북 성문에서 연결된 도로가 교차하는 심장과 같은 자리, 희경루라는 2층 누각이 있었던 곳, 양반들이 활쏘기를 즐긴 자리, 광주사람들이 가장 친근감을 갖는 곳이 바로 우다방이다. 1897년 광주우체사가 개설되었고 다시 1913년 광주 우체국이 들어서면서 지금에 이르렀는데 만남의 장소로 널리 이용되어 우다방이라는 애칭을 갖게 되었다.

이만한 근대건축이 광주에 어디 있을까? 우다방의 사회, 경제적 생명력은 언제까지일까 생각하니 우울하다. 그 재화적 가치가 줄어들어 어느 순간에 사라지면 어찌할까 하니 걱정이 크다. 우리는 이제야 사라진 남광주 역사(驛舍), 한국은행, 김용덕가옥, 춘목암, 학동팔거리, 권번(券番) 등 근대의 흔적을 너무 안타까워 하고 있다. 희경루를 복원하고 있고 시민회관을 새롭게 태어나게 했으며, 무등산과 신양파크를 보존하는 광주인들의 지혜로움이 우다방에 이어져 시민들의 장으로 남아있기를 기대한다. 광주라는 도시의 가치와 정체성은 의로운 정신과 장소의 흔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기에 시민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기를 청한다. 오래된 시가지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여 유구한 역사를 훌륭한 문화자원으로 활용하는 문화 도시들이 적지 않다. 이는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재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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